삼성디스플레이가 서울행정법원의 문서제출명령을 두 달 넘게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은 정아무개씨가 제기한 산업재해보상 신청과 관련해 지난해 12월13일 삼성디스플레이에 문서제출명령을 내렸다.

18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에 따르면 정씨는 2017년 12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씨는 삼성전자 LCD사업부(현 삼성디스플레이) 천안공장에서 2004년부터 약 2년간 일했다. 2015년 IgA신병증(콩팥염의 일종) 확진을 받았다. 반올림은 정씨의 질환을 이소프로필알코올(IPA) 같은 유기용제를 사용하다 걸린 직업병으로 보고 있다. 정씨는 2015년 10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지만 공단은 2017년 7월 불승인했다. 재심사 청구도 기각했다.

법원은 원고인 정씨 요청에 따라 지난해 4월부터 삼성디스플레이에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정씨가 근무한 천안사업장에서 수행한 업무와 관련한 '공정도면과 배치도'를 비롯해 그 안에서 취급했던 화학물질 목록,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적정성 여부 심사를 위해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서류 일체를 요구했다. 삼성이 제출을 거부하자 그해 12월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법원에 지난해 12월24일 의견서를 보내 문서제출명령을 거부했다. "공정도면과 배치도 등은 영업비밀로 관리되고 있는 자료로 제출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댔다.

반올림은 “정씨 근무 당시 공정 배치상황과 각 공정에서 취급하는 유해물질을 파악하는 것은 산재 판단에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반올림 관계자는 “삼성이 법원의 자료제출명령에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자료제출을 거부한 적은 있어도 자료가 있는데도 제출을 명시적으로 불응한 것은 처음”이라며 “삼성의 문서제출명령 거부는 자료 은폐보다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법원의 자료제출명령을 거부해도 과태료 정도의 처분에 그친다”며 “법 위에서, 법원의 권위조차 무시해 가며 은폐하고자 하는 공장의 문제가 무엇인지 꼭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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