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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승인, 지금보다 빨라져야 한다

기사승인 2019.02.21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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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수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김정수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산재보험의 근거가 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1조(목적)는 ‘산업재해보상보험 사업을 시행해 근로자의 업무상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며,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 복귀를 촉진하기 위해’ 보험을 설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은 업무상재해를 보상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신속성과 공정성을 제시한 것이다.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어떤 재해를 업무상재해로 판단할 것인가, 즉 업무상재해 인정기준(동법 37조)을 제시하고 있다. 업무와의 관련성(공식 용어로는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을 판단하기 쉽지 않은 업무상질병 인정 여부를 심의하기 위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동법 38조)를 설치한 것도 공정성을 기하기 위함이다. 질병판정위원회에서 업무상질병 인정 여부를 심의할 때 참고하는 각종 인정기준 또한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핵심 장치 중 하나다. 심사 청구 및 재심사 청구(동법 6장) 또한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조치들이다.

그렇다면 신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법을 샅샅이 뒤져 봐도 신속성과 관련된 조항을 찾기가 쉽지 않다. 심사 청구와 관련해 “심사 청구서를 받은 공단의 소속 기관은 5일 이내에 의견서를 첨부해 공단에 보내야 한다”거나 “공단은 심사 청구서를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심사 청구에 대한 결정을 해야 한다”는 조항이 전부다. 가장 중요한 최초 요양 신청시 처리 기한 7일은 모법이 아니라 시행규칙 21조(요양급여의 결정 등)에 적시돼 있다. 그나마 기한에 산입하지 않는 여러 가지 예외조항(판정위원회 심의·조사·진찰·서류 보완·보험가입자에 대한 통지 및 의견 제출·역학조사 기간)을 둠으로써 무제한 연장이 가능하다.

이렇다 보니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2008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질병판정위가 처리기한을 넘겨 처리한 사건이 3천970건이었고, 2015년 질병 판정건 중 최장 심의기간은 916일, 2017년 판정건 중 최장 기간은 638일이었다(2017년 국정감사,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 최근에는 근무 중 백혈병에 걸린 삼성SDI 연구원의 산업재해보상 신청에 대한 역학조사가 1년 가까이 진행되지 않다가 사망 직후 뒤늦게, 그것도 언론보도 직후에 시작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렇게 처리기간이 여름철 엿가락 늘어지듯 늘어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산재를 신청한 재해노동자들 몫이다. 기다리는 동안 심리적 고통은 두말할 것도 없고 그 기간 동안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상태가 악화하기도 한다.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산재 승인을 받더라도 치료기간이 늘어나거나 이후에 쉽게 재발할 수 있다. 산재 승인까지의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는 소문은 산재보상제도 전반에 불신을 가져오고 이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해 산재보상제도 존재 이유를 크게 훼손한다. 업무관련성이 명백함에도 이런 이유 때문에 스스로 산재보상 신청을 포기하고 산재를 숨기는 노동자들을 적잖이 목격할 수 있다.

처리 기한 7일을 반드시 준수할 수 있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실제로 신속성과 공정성은 일부 상충되는 측면이 있어서 신속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공정성이 훼손될 수도 있다. 공정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신속성을 높이려면 질병판정위에서 다루는 심의 안건의 숫자 자체를 줄여야 한다.

필자는 2년 전부터 질병판정위에 참여하고 있다. 업무관련성 여부에 대해 위원들 사이에 치열한 토론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아주 쉽게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는 경우도 많다. 어떤 전문가라도 업무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을 만한 사안들은 공단 자문의 수준에서 검토해서 인정해 주면 안 되는 걸까? 업무상질병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근골격계질환의 경우 업무상질병으로 추정할 수 있는 직종과 업무력 등을 정의하는 작업이 이미 진행돼 있다. 뇌심혈관계질환 역시 현행 고용노동부 고시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인정되기 때문에 사실상 질병판정위 심의가 불필요하다. 기준 자체에 대한 검토와 논의·갱신은 지속하더라도, 추정의 원칙 혹은 당연인정기준을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

산재보상제도의 궁극적인 목적이 일하다가 다치거나 아픈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기억할 필요가 있다. 처리기간이 한정 없이 늘어나 재해노동자들이 불필요하게 받게 되는 고통을 줄여야 한다. 몇몇 제도적 개선을 통해 변화가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당국의 의지일 것이다.

김정수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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