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유정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지난 19일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현행 최대 3개월에서 최대 6개월로 연장하는 개악에 합의했다. 위 합의안대로 법이 개악되면 1차적으로 노조로 조직되지 않은 중소·영세 기업, 비정규 노동자들이 속수무책으로 커다란 피해를 입게 된다. 노조가 없어 단체협약이 없는 노동자들에게는 사용자가 6개월 탄력근로제를 도입하고 주별 노동시간을 마음대로 변경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임금 보전방안, 11시간 휴식 보장 등 보완조치는 허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결국 경사노위의 본질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등을 볼모로 노동 개악안을 강요하기 위한 기구라는 점이다. 경사노위 참가를 거부한 민주노총을 두고 미조직 노동자들을 외면한 귀족노조라고 비난한 작자들이 얼마나 위선적인지 드러났다.

경사노위는 위와 같은 본질에 맞게 울트라 메가톤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바로 한국경총이 제출한 의제들이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첫째, 현행 쟁의행위시 대체근로 제한 규정을 삭제하고 쟁의행위시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도 파견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둘째, 부당노동행위 관련 사용자 형사처벌 규정을 삭제하고 노동조합의 부당노동행위를 신설하자는 것이다.

셋째, 사업장 내에서 점거 또는 집회 및 시위 형태의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위반시 형사처벌을 하자는 것이다.

넷째, 단체협약 유효기간 제한 규정을 삭제하거나 유효기간을 최대 4년으로 연장하자는 것이다.

다섯째, 쟁의행위 찬반투표시 파업형태·파업기간을 명시하고 부결시 6월 내 동일 사유로 재투표하는 것을 금지하고 찬반투표 효력도 60일을 넘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다.

의제들 하나하나가 노동자에게는 재앙이고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 3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들이다. 눈곱만큼이라도 받아들여져 타협과 상생의 산물로 포장돼서는 절대 안 되는 것들이다. 민주노총 법률원은 이러한 절박하고도 시급한 상황 때문에 노동법률단체에 경사노위 앞 집단농성을 제안한 상황이다.

혹자는 ILO 핵심협약 비준과 산별교섭 활성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개선, 쟁의행위 대상 확대, 쟁의행위 민·형사 책임 제한, 필수공익사업 필수유지업무 개선 등 노동계의 숙원을 이루기 위해서는 경사노위에 참여해 경총이 제시한 의제들 중 일부를 받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하지만 노동계 숙원은 쟁취해야 할 투쟁의 성과지, 쓰레기 의제를 일부라도 수용해 야합해서 받아야 하는 성질의 것이 절대 아니다.

이는 민주노조운동의 자존심과 명예의 문제이기도 하다. 3월6일 민주노총 총파업·총력투쟁을 시작으로 저들의 또 다른 야합, 개악 시도를 실질적으로 저지시켜야 할 투쟁 건설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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