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8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여성의 날이다. 이날은 작업장에서 화재로 여성노동자들이 불타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하자 1908년 3월8일 여성노동자들이 모인 일에서 유래했다. 미국 뉴욕 러트거스광장에 모인 여성노동자는 노동조건 개선과 여성의 지위 향상, 참정권을 요구했다. 111년이 지난 2019년 한국은 여전히 남녀 임금격차가 심각한 나라 중 하나다. 여성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더 높고, 직장내 폭력에도 쉽게 노출된다. 미투(Me Too) 운동이 최근 한국 사회를 뒤덮으며 변화를 촉구하는 여성의 목소리는 거세지고 있다. 여성노동자 삶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 최미영 한국노총 부위원장

커 나가는 아이들 성차별이 뭔지도 모르는 세대 되길
최미영 한국노총 부위원장

미투운동은 우리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줬다. 당사자 분들은 대단한 용기를 낸 것이고, 결단이고, 어찌 보면 자기희생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으로 인해서 파급된 효과는 무궁무진하고 엄청나다. 같은 상황이어도 말하지 못하고 침묵하는 상태의 분들도 있을 것이다. 혹자는 ‘아직도 그 얘기냐’고 반응하는데, 그렇게 불편하게 했다는 것만 해도 의미가 있다. 앞으로는 무심코 하는 행동이 아니고 생각을 하고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앞으론 조심해야 해’라는 말이 잘하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당연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했던 행동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사각지대 내지 오지 같은 사업장이 있을 수 있는데 그래도 큰 흐름은 영향을 미치게 돼 있다. 용기 내신 분들 2차 피해가 없도록 내용을 알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연대하는 마음을 이어 가야 한다.

8일이면 3·8 세계여성의 날 111주년이 된다. 생활고를 겪으며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고생하던 여성노동자들 죽음 뒤 뉴욕 러트거스광장에 모인 여성노동자 수만 명이 노동조건 개선과 여성 지위 향상, 참정권을 요구한 날이다. 111년 전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하게 된다. 우리나라 상태는 어떤가. 여전히 가장 취약한 곳에 여성이 있다. 여성은 엄마이자 아내이자 딸이다. 여성만의 운동이고 여성만의 권리 찾기로 오해하고 이해하려 하지 않는 분들이 한 발짝 다가왔으면 좋겠다. 제도적으로 조금씩 좋아지고는 있다. 법 없이도 산다는 말처럼 법과 제도가 현실생활에서 묻어나오는 상태가 되려면 또 다른 100년이 필요할까. 이제 커 나가가는 아이들은 성차별이나 폭력이 뭔지도 모르는 세대가 됐으면 좋겠다.
 

▲ 양민주 전교조 여성위원장

차별·혐오에 길들여진 학교, 교사가 먼저 바뀌어야
양민주 전교조 여성위원장

교사와 학생, 학교 안에서의 사제관계는 권력관계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속에서 학생에 대한 교사의 직접적인 가해가 일어나고,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을 도리어 침묵하도록 만드는 일도 발생한다. 용기 있는 한 여학생으로부터 스쿨미투가 시작돼 세상을 바꾸고 있다. 권력에 눌려 침묵을 강요당하던 학생들은 말하고, 연대하고, 행동하고 있다.

학교 내 성희롱과 성폭력·성차별에 항의하는 학생, 그 친구의 옆에 서는 학생들이 늘어가고 있다. 더 확산해야 한다. 스쿨미투를 두려워하는 학교와 교사가 여전히 많다. 교사가 크게 바뀌어야 한다. 스쿨미투 이후 학교 일선에 경각심이 높아진 것을 사실이다.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민주주의를 경험하지 않고 민주시민 교육을 할 수 없듯이, 교육현장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에 대한 성찰 없이 인간화 교육을 할 수 없다. 성차별 마라, 성희롱 마라는 교육부·교육청의 업무 매뉴얼로는 학교를 바꿀 수 없다. 관점과 철학을 바꾸지 않으면 교사는 언제든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전교조와 교사가 해야 할 과제는 산적하다. 전통적 성 역할에 매인 학교 조직과 성희롱·성폭력에 노출되는 환경, 성차별을 양산하는 교육 내용을 바꾸는 투쟁을 해야 한다. 전교조는 3·8 세계여성의 날 의미를 학생들과 공유·축하하는 수업 진행한다. 스쿨미투를 지지하기 위한 ‘인증샷’ 찍기 운동,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는 활동의 일환으로 ‘성평등 인식 시험문제 풀기’ 행사를 개최한다. 전교조 모든 차별과 혐오를 반대하는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 정연실 금융노조 여성위원장

금융권을 뒤흔든 미투운동
정연실 금융노조 여성위원장

미투운동은 가해자를 고발하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이 운동의 끝은 ‘지속가능한 성평등사회’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나도 말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미투 운동은 우리 사회를 흔들었다. 미투를 외치며 침묵을 깬 여성들은 침묵을 강요하고 방조한 사람들을 고발하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금융권은 보수적인 문화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피해가 있어도 소문이 나는 것이 두려워 모두들 쉬쉬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래서 피해자는 항상 두려움과 외로움 속에서 혼자 싸워 나가야만 했다. 금융권 변화는 노동조합의 끊임없는 요구로 이뤄졌다. 노조는 성희롱 관련 담당기구를 설치하고 성희롱 예방 교육과 성희롱 사건 발생시 구제를 요구했다. 또한 사이버 신고센터를 설치해 2차 피해로 이어지지 않게 노력하고 있다.

미투운동은 폭발적으로 확산했지만 증거 미흡과 관련법 한계 때문에 실질적인 가해자 처벌로 이어지기는 매우 어렵다는 한계를 수면 위로 올렸다. 기존 법률을 바탕으로 한 판단의 문제와 새로운 미투 법안 제정이 지연되면서 이러한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아직도 곳곳에 방치돼 있는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노사가 함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미투운동 변화 이제 시작, 직장문화 변화가 중요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한국여성노동자회가 지난 6일 공개한 지난해 평등의전화 상담사례 분석 결과를 보면 직장내 성희롱 상담이 지난 5년간 두 배 증가한 것으로 나온다. 미투 운동 속에서 직장내 성희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사자가 적극 상담에 임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제 시작이다. 여성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겪는 고통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다. 과거엔 여성노동자가 상담을 모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한숨을 쉬고 간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어떻게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여성들만이 아니다. 직장내 성폭력에 대해 남성들도 달라지고 있다. 지금은 직장내 성폭력이 발생하면 “가해자 징계를 비롯해 공정하게 처리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남성노동자의 상담 요청이 온다.

물론 여전히 한계는 많다. 한순간에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여성노동자는 계속 싸워야 하고 현장에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일상으로 복귀시킬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

정부도 적극 노력해야 한다.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도 직장내 성폭력 조사시 성인지 감수성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 예전처럼 합의를 종용해서는 곤란하다. 근본적으로는 여성을 사람으로 동료로 인정하는 직장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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