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지윤시민대책위원회는 12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사를 죽음으로 내몬 병원의 구조적 문제점을 점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정남 기자>

서울의료원에서 일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고 서지윤 간호사 죽음의 원인을 밝힐 진상대책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한다. 고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진상을 밝히고 재발방지책까지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외부인사 중심' 진상대책위 구성
"지자체가 책임지는 바람직한 모습"


서울시는 12일 "서울시와 서울의료원 두 노조, 유족이 추천한 전문가로 구성한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사건 관련 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시청본관에서 위촉식을 열고 진상대책위 위원들에게 위촉장을 전달했다. 진상대책위 위원장은 임상혁 녹색병원 부원장이다. 그는 '서울의료원 직장내 괴롭힘에 의한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시민대책위원회'의 공동대표를 맡아 왔다. 임 위원장을 포함해 10명이 위원으로 활동한다. 지자체 가운데 산하 의료원 산재사망사건과 관련해 외부인사를 중심으로 진상대책위를 꾸린 것은 서울시가 처음이다.

진상대책위는 조만간 진상규명 조사방법과 조사범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서울시가 정한 활동기한은 이날부터 2개월이다. 해당 기간에 마무리하지 못할 경우 기간 연장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진상대책위 활동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해사건과 달리 서지윤 간호사 사망원인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조문도 우리 병원 사람은 안 왔으면 좋겠어”라는 유서를 남길 정도로 직장에서 괴로움을 겪었다는 것 △병원 태움문화가 무엇인지 알게 됐다는 문자메시지를 어머니에게 보낸 것 △부서이동 후 가족들에게 직장생활 어려움을 토로했다는 것 정도다.

진상대책위는 서울의료원 부서이동이 결정된 과정과 부서이동 후 고인이 일터에서 겪은 일, 사망 후 의료원 대응조치 등을 밝혀야 한다. 의료원측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폐쇄적인 병원문화를 비집고 들어가 관련 증거·증언들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임 위원장은 "문제를 숨기지 않고 공개하고, 그것에 따른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공공병원인 서울의료원이 가진 책무"라며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고, 병원에서 왜 간호사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고 태움문화에 노출되는지 원인을 조사하고 해결하는 대책을 마련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진상대책위 "재발방지대책 제안할 것"
서울시 "정책에 반영하겠다"


시민대책위는 진상대책위 활동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들은 이날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늦기 전에 서지윤 간호사가 사망하게 된 원인을 밝힐 수 있게 된 것은 정말 다행"이라며 "진상대책위는 그동안 사라진 기록과 기억을 끝까지 추적하고 사건의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진상대책위가 가해자를 찾아내고 처벌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게 이들의 주문이다. 시민대책위 관계자는 "누가 서지윤 간호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찾아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직장 괴롭힘이 어떤 식으로 있었고, 어떤 환경에서 발생했는지를 밝혀야 한다"며 "간호인력 부족에 따른 과도한 업무 부여와 상하급자 간 엄격한 위계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진단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후속대책까지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상대책위가 내놓는 재발방지책은 의료환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진상대책위 제안과 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를 충분히 검토해 서울시 의료정책에 반영할 것"이라며 "서울의료원을 비롯한 시립병원이 더 나은 근무환경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임상혁 위원장은 "서 간호사 죽음에 서울시도 관리책임에서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진상대책위를 꾸려 진실을 밝히고 제도개선까지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은 굉장히 바람직한 모습"이라며 "올바른 대책이 나올 수 있도록 사회적 지혜를 모아 달라"고 말했다. 서울의료원측은 "진상조사위 활동에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서 간호사는 2013년 서울의료원에 입사해 병동근무를 하다 지난해 12월18일 간호행정부서로 옮겼다. 새 일을 시작한 지 20여일 만인 올해 1월5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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