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가 지난해 11월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공익위원 합의안을 설명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사정 대화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단협 유효기간을 최대 4년으로 연장하자는 재계 요구가 일부 반영된 것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근로기준법)·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최저임금법)과 함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이 3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짧은 단협 주기 탓에 노사 갈등?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인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이 13일 노사 간 단협 유효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노조법 32조1항 "단체협약에는 2년을 초과하는 유효기간을 정할 수 없다"에서 2년을 3년으로 조정했다. 같은 조 2항 "단체협약에 유효기간을 정하지 아니한 경우 또는 1항의 기간을 초과하는 유효기간을 정한 경우에 그 유효기간은 2년으로 한다"에서도 2년을 3년으로 규정했다.

김학용 의원의 노조법 개정안 발의는 재계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이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논의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에서 한국경총은 입법요구로 △파업시 대체근로 전면허용 △부당노동행위 제도(형사처벌) 폐지 △파업시 사업장 점거 금지 △단협 유효기간 확대(최대 4년) △쟁의행위 찬반투표 제도개선을 내걸었다.

재계가 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제약을 '단결권을 위한 ILO 핵심협약 비준' 논의에 집어넣어 숙원과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이 거센 배경이다. 게다가 사업장 점거 금지 등은 헌법에 명시된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

김 의원은 개정안과 관련해 “일본의 단협 유효기간은 3년이고 독일은 3~5년”이라며 “미국 지엠의 경우 임금협상을 4년마다 하고 단협 유효기간도 법적 강제조항은 없지만 4~5년 정도로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단협은 미국과 일본·독일 등 주요 경쟁국 가운데 가장 주기가 짧고 이로 인한 노사 간 잦은 갈등과 투쟁이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며 “단협 유효기간을 1년 더 연장해 합리적으로 대등한 노사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경총 반발에 사회적 대화 공전

문재인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삼았다. ILO와 국가인권위원회는 정부에 거듭 핵심협약 비준을 권고했다. 최근 유럽연합(EU)은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으면 무역분쟁 2단계로 넘어가겠다고 통첩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ILO 100주년 기념총회 기조연설까지 요청받은 상황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내·외부 압박 역시 거세지고 있다. 국회도 준비태세에 들어갔다. 김학용 의원의 노조법 개정안 발의에 앞서 지난해 12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단결권 보장을 중심으로 한 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야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힘겨루기를 준비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위한 사회적 대화는 공전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실무협상을 한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는 현재까지 이렇다 할 논의를 이어 가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노동기본권 보장에 부담을 느낀 재계가 5가지 입법요구만을 던져 놓은 채 논의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사회적 대화보다는 국회 입법을 통해 요구사항을 관철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국회에 노조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황에서 최대한 노사 협의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합의안을 도출해야 한다”며 “3월 말까지 노사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