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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장 안전보건체계 책임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기사승인 2019.03.14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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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웅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이선웅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01년부터 2016년까지 우리나라 노동자 3만8천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매년 2천400명이 목숨을 잃었고, 2016년에도 2천40명이 산재로 숨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산재사망 만인율은 0.68(2013년 기준)로 독보적 1위다. 일본·독일의 4배, 영국의 14배나 된다. 한국 교통사고에 비해서도 1.3배 높다. 산재 사망률이 줄어들고 있지만 자살을 제외한 다른 외부 원인 사망률과 비교하면 그 변화 속도가 같아서, 산재를 줄이기 위한 사회적 대처가 없었다는 지적이 설득력이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중략)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업장 내에서 산재를 예방하기 위한 그 책임 소재는 바로 사업주에게 있음이, 동법 2장 안전·보건 관리체제에 명확하게 나열돼 있다. 안전보건관리책임자·관리감독자·안전관리자·보건관리자 모두 법의 명시대로 사업주 지휘 아래에서 사업주를 보좌하기 위한 업무를 수행한다. 그 범위 안에서 역할이 기술돼 있다. 그리고 이 체계의 현장 작동 과정은 일선에서 누구나 피부로 느끼고 있다. 즉 사업주 또는 고위경영자의 안전보건에 대한 의지와 태도에 따라 사업장 안전보건 상태에 큰 차이가 발생한다는 현실 말이다.

사업장 보건관리를 위해 다양한 사업장을 방문하다 보면 동일 업종과 규모라 하더라도 현장 위험관리가 매우 부실한 사업장이 있다. 그런 사업장은 대개 안전보건 담당업무에 인력배치가 부족한 데다, 조직체계상 안전보건에 대한 상부보고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 결국 조직문화에서 의사결정자의 안전보건에 대한 무책임과 무관심에 기인한 것으로 겉으로도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사업장 안전보건체계를 방치해 재해가 발생할 경우 현장에서 작동하는 방식의 실질적 책임자인 사업주 또는 기업 자체를 처벌하고 법적 책임을 묻기가 현재로는 어렵다. 책임과 처벌의 체감적 모순 상황이 우리나라 산재발생의 특징이다. 사업장 규모가 증가해도 산재가 줄지 않으며 산재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양상의 중요한 원인으로도 볼 수 있다.

현재 사망 같은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와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 여부를 법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과실치사는 ‘행위자 책임원칙’으로 인해 재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중간관리자가 보통 처벌받게 된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은 개별 사항에 대한 벌칙으로 부과된다. 그리고 이 벌금은 대부분 사업주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산업안전보건법상에서도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시 사업주 형사처벌 항목이 있으나, 법인 대표는 직접적 지휘·감독 책임이 없다는 이유로 실제 처벌이 시행된 경우는 소규모 영세 사업장 사업주에 한한다. 그것도 예방적 성격의 산업안전보건법 특성상 거의 집행유예였다. 따라서 일반적인 경우에 법인 대표가 안전보건 경영상 의무 미흡을 이유로 처벌되는 예는 상정하기 어렵다(전형배, 산업안전보건법 형사처벌의 실효성, 산업안전보건연구원, 2012).

결국 사업장 산재예방의 실질적 권한은 사업주에게 줘 놓고, 반복되는 산재 사업장과 같이 사업주가 안전보건체계 문제를 유발한 경우라도, 기존 법률로는 사업주에게 책임을 물어 이를 바로잡기 어렵게 된다.

사업주의 무책임한 경영으로 인한 재해에 대해 사업주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하는 새로운 형태의 법률이 필요하게 됐다. 이것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는 노동자뿐 아니라 시민에게도 위험방지 의무가 있음을 명시하고, 중대재해에 대해 이 의무가 위반됐다고 판단될 시에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및 기업 자체에 직접 책임을 묻게 하는 법인 것이다. 영국·호주·캐나다에서 2000년대 이후 시행하고 있으며, 산재발생률과 산재발생의 특성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에서의 시행이 절실해 보인다.

현장실습 중 사망사고를 당한 18세 고등학생 이민호군이 일했던 라인에서 이미 잦은 오작동이 있었고 세 번의 사고를 겪었다. 무책임한 사업장 조치 상황에서 세 번째 사고가 일어났고 이군이 사망했다. 1년 후 똑같은 사고로 10개월 딸을 둔 30대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이런 전형적 과정의 책임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이를 명확히 하고 그 책임 인식이 사회적으로 통용될 때 산재왕국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를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선웅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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