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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선욱 간호사 산재 인정 의의와 과제

기사승인 2019.03.18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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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동희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권동희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지난 6일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고 박선욱의 자살사건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37조2항에 따른 업무상 사유에 의한 사망’이라고 판정했다. 질병판정위원회는 “평소 고인의 성격을 감안할 때 중환자실에서의 교육 과정과 긴박한 업무수행이 고인에게 상당한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이고, 특히 간호사 교육의 구조적인 문제로 직장내에서 적절한 교육 체계 개편이나 지원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자기학습 과정에서 일상적인 업무내용을 초과하는 과중한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고인은 정신적인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돼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적 이상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정되므로 고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타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이 심의회의에 참여한 위원들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밝혔다.

당해 사안은 근로복지공단에서 간호사 자살사건을 최초로 업무상재해로 인정한 것보다 중요한 의의가 있다. 즉 병원사업장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사건이 발생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사건은 당초 좁은 의미에서 태움(의료계 권위주의로 인한 갑질, 가령 상급자가 하급자를 업무적으로 괴롭힘)뿐만 아니라 병원사업장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재해가 발생했음을 주장하고 접근했다. 구조적 문제는 특히 병원 교육시스템 미비, 간호사의 과중한 업무, 인력부족 등으로 집약할 수 있다.

병원사업장, 특히 대형병원은 간호사 인력을 단순히 수익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간호사 인력을 충원해 업무 부담을 경감시키는 것이 아니라 퇴사인력이 발생할 때마다 순차적으로 투입하기 위해 많은 신규인력을 뽑아 대기시킨다. 고인의 경우에도 2017년 1월 서울아산병원 채용에 합격한 이후 같은해 9월1일 정식으로 입사할 수 있었다. 프리셉터(교육을 담당하는 간호사)인 선배 간호사도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면서 제대로 된 매뉴얼도 없이 신규간호사 교육을 담당하도록 했다. 신규간호사는 두 달 교육 이후 숙련되지 않은 상태로 독립해 과중한 업무에 매달려야 하는 악순환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질병판정위는 “위중한 생명을 다루는 중환자실 특성상 간호사의 실수는 생명과 직관돼 있어 항상 정신적 긴장을 유지해야 하는데, 고인은 짧은 교육기간과 충분하지 않은 교육내용으로 업무가 미숙한 상태에서 중환자실 업무를 담당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고인은 불완전한 교육 이후 중환자실에서 2명의 환자를 담당하다가 곧바로 3명을 담당했다. 외국은 중환자실에서 1인 간호를 하는 현실을 보더라도 과중한 업무량임을 알 수 있다. 신규간호사의 33%가 1년 내 병원을 그만두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인력부족과 과중한 업무 때문이다. 제대로 가르치고 배울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좋은 선배도 좋은 후배도 될 수 없다.

이는 비단 간호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병원장을 수직 구조로 한 각 부서장-전임 의사-비전임 의사(임상조교수)-펠로-전공의 등으로 이어지는 의사들도 상상 이상의 장시간 노동, 과중한 업무, 폭력, 그리고 업무 할당 방식의 수탈이 만연하다.

질병판정위는 구조적인 문제로 병원사업장 내 자살을 업무상재해로 인정했음을 분명히 함으로써 기존 근로복지공단 지침(정신질병 업무관련성 조사지침)이 사건 위주로 접근하는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공단 조사지침에는 발병 전 6개월 내 “충격적 사건”(심리 외상성 사건)을 조사하도록 규정돼 있다. 향후 공단은 지침에 사건과 대인적 관계(괴롭힘)뿐만 아니라 구조적 차원에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발생할 수 있는 점을 추가해야 한다. 실무적으로 조사단계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청구인의 진술이 부족하거나 증명이 부족하더라도, 스트레스의 구조적 원인을 규명하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책임자인 서울아산병원의 사과나 정부의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는데도 서울아산병원은 유족에게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내부 감사보고서에서 “부족한 교육과 과도한 업무로 고인에게 스트레스를 준 것”으로 명시한 사실을 아직도 부정하고 있다. 정부도 실효성이 부족한 직장내 괴롭힘 관련 법안과 매뉴얼 적용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간호사들이 죽어 나갈 수밖에 없는 병원사업장의 불합리한 구조를 바뀌는 작업에 시급히 착수해야 한다.

권동희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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