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내년 최저임금 심의에 빨간불이 켜졌다.

2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저임금법에 따라 이재갑 장관은 내년 최저임금 심의 요청 공문을 늦어도 이달 말까지 최저임금위원회에 보낼 예정이다. 그런데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을 비롯한 공익위원 8명은 사표를 제출한 상태다. 류 위원장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논의에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는 사퇴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3월 임시국회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통과돼 최저임금 결정방식이 개편된다 해도 내년 최저임금 심의가 제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다. 늦어도 8월 안에 최저임금이 결정돼야 정부 내년 예산안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을 밀어붙이면서 임금노동자 생계에 영향을 미치는 최저임금 심의 파행을 야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최저임금위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최저임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되는 임금노동자는 500만5천명이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바뀌면
내년 최저임금 심의 언제부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73건이다. 고용노동소위는 이날 최저임금법 관련 전문가 3명을 불러 비공개 의견청취를 했다. 21일부터 본격적인 심사에 나선다.

정부 개편안을 담은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9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가 인상률 상·하한 구간을 정한 뒤 21명의 노·사·공익 위원으로 구성된 '결정위원회'가 해당 범위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창현 의원 발의안에 따르면 새로운 최저임금위 구성까지는 두 달 가까운 시간이 필요하다. 신 의원은 개정안 부칙에 "노동부 장관이 법 시행 후 60일 이내에 구간설정위원회 위원과 결정위원회 공익위원을 제청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내년 최저임금 결정에 관한 특례도 뒀다. 매년 3월 말까지로 정한 노동부 장관의 내년 적용 최저임금 심의 요청 시기를 올해는 5월31일로 연장하고, 매년 8월5일로 시한을 못 박은 최저임금 결정기한도 올해는 10월5일까지 두 달 연장했다.

신창현 의원이 발의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이후 과정이 만만치 않다. 노사가 구간설정위원을 추천하고 순차배제하는 문제부터 국회 여야가 결정위 공익위원을 추천하는 과정까지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하다. 아무리 빨라도 내년 최저임금 심의가 본격화하는 시기는 하반기가 될 공산이 크다.

두 달 만에 내년 최저임금 결정?
벌써부터 졸속 심의 우려


신창현 의원 발의안에 따르면 최저임금 심의기간은 100일이다. 구간설정위가 심의 요청을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최저임금안 심의구간을 정해 결정위에 제출한다. 결정위는 이 기간을 포함해 100일 이내에 최저임금을 의결하도록 돼 있다.

올해는 심의 기간을 보장받기 어려워 보인다. 내년 최저임금액이 9월 이전에 결정되지 않으면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반영하기 힘들어진다. 헌법(54조)은 "정부는 회계연도마다 예산안을 편성하여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이를 의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매년 9월2일까지는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재정당국에서 최저임금 결정이 9월 이후 이뤄지면 정부 예산안을 처음부터 새로 짜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며 "국회 법안심사 과정에서 이런 점을 반영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올해 초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카드를 꺼낼 때부터 "졸속 추진"이라는 꼬리표가 달렸는데, 내년 최저임금 심의마저 시간에 쫓겨 촉박하게 이뤄지면 "최저임금 무력화" 비판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최저임금연대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국회가 지금 할 일은 최저임금제도를 무력화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구조 혁신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법·제도 개선"이라며 "최저임금에 대한 무조건적인 책임전가와 일방적 개악시도를 중단하고, 최저임금의 합리적 수준과 사회주체들의 상생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 활성화로 사회적 대립과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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