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문재인 정부에서 야심차게 출범한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무용론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사회적 대화 자체를 무용지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사노위 역할과 기능 재정립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청년유니온·전국여성노조·한국비정규노동센터·참여연대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토론회를 열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가 사회를 맡았다.

◇“국회·정부가 합의되지 않은 의제 던지면서 스텝 꼬여”=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초반 기대가 높았지만 위기는 빠르게 찾아왔다”고 입을 뗐다. 그는 경사노위 위기의 원인을 “사회적 대화 의제의 합의 부재”에서 찾았다. 무엇을 논의할지에 대한 합의 없이 국회와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제를 던졌다는 의미다.

김병철 위원장은 “최저임금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무엇을 바로잡아야 하는지 목표가 합의되지 않은 채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갈등이 증폭됐다”며 “탄력근로제 확대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이며 경사노위에 합의해서 가져오라고 하면서 스텝이 꼬였다”고 비판했다.

경사노위 계층별 대표의 대표성 논란에 대해서는 “신뢰관계가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계층별 대표 3명의 본위원회 불참 이후 재밌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위촉 당시 대표성을 의심하며 문제 삼더니 불참 뒤에는 계층을 대표해서 참석하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은 노사정만이 아니라 계층별 대표를 포함한 노동계와 경영계 내부의 사회적 대화가 성숙해야 하며 국회와 정부도 대화 파트너로서 노력해야 한다”며 “계층별 대표 3명이 복귀할 거냐 이런 게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사노위, 정부 궤도수정으로 입법 위한 기구로 전락”=토론자로 참석한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사회적 대화 신뢰를 찾자는 게 경사노위 출범 취지였으나 정부가 궤도수정을 하면서 입법을 위한 기구로 전락했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라며 “노사정 3주체가 ‘떨어진 의제’에 대해 우리 의제가 아니라고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으면서 지금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형국”이라고 밝혔다.

노 소장은 “사회적 대화 말고 해결 방법이 있으면 좋으나 사회적 대화밖에 방법이 없다”며 “지금 (경사노위라는) 전체 집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노사정 주체는 경사노위 역할과 기능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는다면 실력만큼 가고 공통점부터 합의해 나가야 한다고 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사회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노동조건은 다양해지는데 노동법은 정체된 상황에서 소외된 노동자가 얼마나 많은가라는 질문에서 사회적 대화가 출발해야 한다”며 “노사 간 힘의 불균형에 대한 정부 개입이 필요하며 정부는 노동자 기본권을 먼저 챙긴 뒤 사회적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력근로제 의제 끼워 넣기, 문재인 대통령 책임”=김혜진 세종대 교수(경영학)는 “계층별 대표 3명이 본위원회 위원임에도 실제 탄력근로제 합의안이 결정되는 과정에 들어가지 않고 형식적 추인만 한다면 3개 계층이든 10개 계층이든 포함해 봤자 이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없다”며 “정부가 사회적 대화의 장을 연 것은 잘한 일이나 국회와 정부가 처리하기 어려운 의제를 떠넘긴 행위는 잘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태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탄력근로제라는 의제를 당·정·청이 끼워 넣은 책임은 문재인 대통령에 있고 잘못 보좌한 청와대와 정부부처 책임이 크다”며 “정보접근권에서도 계층별 대표를 배제하면서 거수기로 만든 것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 취지를 위배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효원 글로벌 인더스트리 컨설턴트는 “흔들리는 경사노위를 정상화하려면 국제노동기구(ILO) 기본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ILO는 사회적 대화가 제대로 되려면 노동기본권을 완전히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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