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자산평가노조

남궁석 한국자산평가노조 위원장은 2017년 1월 회사에서 황당한 소리를 들었다. 새해를 맞아 단행된 조직개편·인사이동을 통해 자신이 보직에서 해임됐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노조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같은달 2일 금융공학연구소 솔루션개발팀장 직위가 해제됐다.

남 위원장 소속은 IT본부 IT기획팀으로 옮겨졌다. 직위는 팀원으로 강등됐다. 팀장 직위는 2년이 지나도록 회복되지 않았다. 매달 20만원씩 받던 팀장수당도 사라졌다. 남 위원장은 “회사가 노조간부와 직원들에 대한 부당한 인사발령으로 노조활동을 억압하는 한편 직원들의 퇴사를 유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되풀이 보직해임에 부당노동행위 의혹 불거져

1일 <매일노동뉴스>가 노조에서 ‘한국자산평가 조직개편 및 진급이력’ 문건을 입수해 살펴봤다. 문건에는 자산평가 주인이 SK증권과 산은캐피탈이 조성한 사모펀드에서 과학기술인공제회가 자금을 댄 유진프라이빗에쿼티로 바뀐 직후인 2016년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단행된 부서이동 및 보직변경 내역이 기록돼 있다. 유진프라이빗에쿼티는 유한회사인 에셋프라이싱홀딩스를 통해 자산평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같은 기간 33번의 인사이동이 이뤄졌다. 남 위원장 직위해제가 이뤄지던 때에는 19명의 인사이동이 있었다. 팀장 보직에서 해임된 것은 남 위윈장을 포함해 2명이었다. 다른 한 명은 회사를 떠났다.

인사이동으로 보직에서 해임된 노조간부는 남 위원장만이 아니다. 자산평가는 2017년 12월1일 조직개편을 했다. 그런데 노조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던 고아무개씨와 기아무개씨가 보직에서 해임됐다. 고씨는 IT본부 데이터서비스팀 팀장에서 솔루션사업본부 솔루션개발팀 차장으로 강등됐다. 기씨는 IT본부 솔루션팀 팀장에서 IT본부 IT운영팀 과장으로 직급이 낮아졌다. 노조는 간부에 대한 반복적인 보직해임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임금교섭이 진행되던 지난해 연말 회사가 일방적인 설명회를 열어 임금체계 변경 계획을 알린 것도 부당노동행위로 보고 고용노동부에 고발한 바 있다.

"무형자산 훼손한 뒤 먹튀 매각"

잦은 부서이동과 보직변경은 집단 퇴사로 이어졌다. 노조는 같은 기간 임원을 제외한 전체 직원의 절반 수준인 66명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퇴사자의 절반이 넘는 34명이 인사이동을 발령받았다. 이 중 10명 가량이 좌천성 인사이동 대상자였다.

노조는 특히 "회사가 데려온 낙하산 인사에 대한 지원은 파격적"이라고 주장했다. 이현규 자산평가 대표이사는 2016년 5월 취임과 함께 과거 자신과 같은 회사에서 일했던 신아무개씨를 경영관리팀장으로 영입했다. 경영관리팀장이었던 안아무개씨는 차장으로 강등됐다. 신씨는 1년6개월이 지난 2017년 12월 경영전략본부 전략기획실장으로 승진했다.

자산평가는 지난달 27일 주주총회를 열어 이현규 대표 연임을 결정했다. 회사 지분 89.49%를 보유한 유진프라이빗에쿼티는 주총 의결권을 신씨에게 위임했다.

자산평가는 매각을 앞두고 있다. 회사는 10여곳의 인수의향사 중 5곳을 골라 이달 중 본입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남궁석 위원장은 "회사가 노조간부는 물론 직원들에게 부당한 인사발령을 남발해 수많은 퇴사자를 발생시켰다"며 "무형자산에 큰 손실을 입힌 뒤 사모펀드답게 먹튀 매각으로 빠져나가려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자산평가 사측은 <매일노동뉴스>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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