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문재인 정부 노동존중 사회·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어디까지 왔나. 최저임금 1만원 실현과 노동시간단축,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이라는 문재인 정부 대표 노동존중 정책이 폐기되거나 흔들리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4월 임시국회에서 탄력근로제 확대와 함께 주휴수당 최저임금 산입범위 제외·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묶어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 법안은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기에 내건 노동존중 사회를 향한 핵심공약을 후퇴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일명 ‘소득주도 성장 폐기 3법’이라고 이름 붙였다.

여야정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합의하며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후퇴를 시사하고,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한 가운데 또 한 번 노동존중 정책 후퇴가 우려되고 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 논의까지 겹치면서 여야 힘겨루기 속에 노동존중 정책이 갈 길을 잃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4월 국회에서 노동관계법 빅딜 필요?

나경원 원내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주휴수당·최저임금 제도 개선 문제를 함께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소득주도 성장 문제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만으로 해결이 안 된다”며 “주휴수당과 최저임금제도 개선을 위한 소득주도 성장 폐기 3법도 같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3월 국회가 끝나자마자 4월 국회를 하겠다”며 “4월 국회에서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득주도 성장 폐기 3법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받은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및 노사합의로 주휴수당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두 가지 최저임금법 개정안이다. 문재인 정부 노동존중 사회·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핵심인 노동관계법을 하나로 묶어 4월 임시국회에서 논의하자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이들 법안이 개별법으로 나뉘어 있지만 결국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큰 틀 안에 맞물려 있다”며 “사안별로 다루기에는 노사·여야 이견이 첨예하기에 하나로 묶어 큰 틀에서 합의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는 “이미 환노위에 올라와 있는 탄력근로제 확대·최저임금 개편 법안 외에도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 개정 논의가 예정된 상황”이라며 “5월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선거가 있는 데다 6월이면 내년 총선 준비로 국회 분위기가 전환될 것이기에 그 전에 정치권에서 빅딜을 하지 않으면 노동관계법 개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동관계법 일괄논의 속 노동정책 후퇴 우려 높아져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 2년 동안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며 최저임금 1만원 실현 가능성을 열었다. 그러나 재계와 중소·자영업자들의 반발에 밀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했다. 최근에는 결정체계 개편까지 추진 중이다. 지난해 시행된 주 52시간 상한제는 처벌유예(3월31일 종료)와 탄력근로제 확대 시도로 제도도입이 무색한 지경이다. 게다가 자유한국당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1년(현행 3개월)과 도입요건 완화를, 바른미래당이 선택적 근로시간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6개월인 노사정 합의안보다 후퇴한 안이 국회에서 도출될 가능성이 높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하되 조선·건설·IT 등 특정 기간이나 계절에 따라 초과근무가 몰리는 업종에 대해 특례를 두는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여기에 ‘선 입법 후 비준’ 원칙으로 추진된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논의에 재계 숙원과제들이 달라붙으면서 협약 비준 의미를 퇴색시키는 형국이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정부·여당이 탄력근로제 확대와 최저임금 결정체계 등 개별 사안에서 이미 양보했거나 후퇴한 안을 만든 상황에서 주휴수당 문제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 개정을 국회에서 함께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더 후퇴한 안을 만들겠다는 의미”라며 “정부·여당이 자유한국당 전략에 말린 것이 아니라면 스스로 후퇴를 선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다시 노동관계법을 개악시킨다면 최저임금을 두 번 (대폭) 인상하고 노동시간을 정상화했다는 문재인 정부의 성과가 무효화되는 것을 넘어 노동개악 정부로 비판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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