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수소차 같은 미래차 시대의 이면에는 대규모 고용위기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실제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서는 "미래차 시대를 선도한다"는 명분으로 인원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자동차산업 변화가 기존 일자리 축소를 예고하는 만큼 국내에서도 노사 혹은 노사정 간 협력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7일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이슈페이퍼 '전기차의 확산과 노동조합의 과제'에 따르면 최근 1년 새 글로벌 기업들이 미래차 투자를 명목으로 사업을 재편하면서 앞다퉈 대규모 인원감축 계획을 내놓고 있다.

빗장을 연 곳은 제너럴모터스(GM)다. 지엠은 지난해 11월 북미 5개 공장에서 1만4천명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포드는 유럽 전역에서 노조와 구조조정 협상 중이다. 지난 2월에는 브라질 생산공장 한 곳을 올해 안에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혼다는 영국 전체 자동차 생산의 10%를 담당하는 스윈던 공장을 2021년 폐쇄한다. 스윈던 공장에는 3천500명이 고용돼 있다. 7천여명 감원을 계획하고 있는 폭스바겐은 최근 사업장평의회와 협상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가 친환경차 확대로 2025년까지 7천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추산하면서 생산직 정년퇴직에 따른 채용을 하지 않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전환에 따른 구조조정이 몰아치는데도 독일을 제외한 대부분 자동차기업 노조들은 미래차 사업 진행 상황을 파악하거나 대략적인 요구 사항을 준비하는 수준에 그친다. 미국 전미자동차노조(UAW)와 영국 최대 노조인 유나이트(UNITE)는 친환경차 전환에 찬성하면서 친환경차와 배터리의 자국 내 생산에 초점을 맞추는 정도다.

연구원은 "한국 완성차 노조는 전기차 도입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직접적이지 않고, 정년퇴직자 존재로 인한 고용문제 상쇄 가능성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정부·기업에 공정한 산업정책과 고용안정·산업비전을 요구하는 독일 금속노조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2010년부터 전기차 시대를 대비해 연구를 진행한 독일 금속노조는 '점진적 투트랙 전략'을 취하고 있다. 자동차산업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독일 금속노조는 정부에 직업교육과 재숙련 제공을 요구하면서 노·사·민·정·학계가 참여하는 국가전기자동차플랫폼(NPE)에 참여하고 있다. 노조는 "친환경차로의 전환이 노동자 희생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전제로 기업에 기술혁신 투자와 고용안정을 요구하고 있다.

연구원 관계자는 "미래차에 대한 대비는 몇 명의 인원을 축소시킬 것인가에서 출발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와 기업과 노조가 미래차가 불러올 수 있는 혜택과 폐해를 심도 있게 논의해 사회경제적 영향을 평가하는 작업과 결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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