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제도개선을 위한 노사정 협상이 사실상 실패하면서 ‘선 비준, 후 입법’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촉구하는 30여개 단체들로 구성된 ILO 긴급공동행동은 9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ILO 핵심협약 비준의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정부가 앞장서 비준 절차를 개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사회적 대화를 통해 입법 토대를 만들고, 협약과 충돌하는 법을 손본 뒤 비준하겠다는 정부의 프로세스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애초 타협이 불가능한 기본권 문제를 노사정 협상 의제로 올리다 보니 기본권과 무관한 재계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는 '주고받기 논리'가 나오고, 결국 협상 결렬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공을 넘겨받은 국회에서는 논쟁만 하다 회기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ILO 핵심협약 비준 프로세스는 사회적 대화 절차가 하나 추가됐을 뿐 1991년 ILO에 가입한 이래 28년간 "국내법과 상충돼 비준이 어렵다"는 논리만 되풀이한 역대 정부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동행동은 "정부가 진정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면 즉각 4개 핵심협약 비준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국회를 향해서도 "군부독재 시절 노동통제를 바탕으로 한 구시대 법을 고수할지, 전 세계 다수 국가들처럼 ILO 협약을 비준하고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기본 인권을 보장하는 나라가 될지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ILO는 설립 100주년을 맞아 국제사회가 '더 많은 노동자들이 보편적 노동권을 누리도록 하자'는 화두를 담은 '100주년 선언'을 6월 총회에서 발표한다. 적정 생활임금과 최대 노동시간 제한,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편적 노동권'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다.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노동기본권을 축소하는 법 개정을 하고, 최대 노동시간 제한 효과를 무력화하는 탄력근로제를 확대하고,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하는 최저임금제도를 개악한다면 대통령이 ILO 총회에 참석해 과연 무슨 발언을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