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성희롱 예방교육 등 절차들이 만들어지면서 실제 직원들이 구제를 요구하는 빈도수가 높아졌어요. 눈에 띄는 변화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조심하는 분위기로 바꾸었어요. 회식 문화도 바꾸어서 2차 이상은 안 가고, 가더라도 커피숍을 많이 간대요.”

민주노총 여성위원회가 산하 가맹조직을 대상으로 진행한 성폭력 관련 면접조사에서 한 공기업 노조와 공무원 노조 여성간부가 답한 내용이다.

지난해 1월 서지현 검사가 성폭력 피해 증언에 나선 지 1년여가 지났다. 이후 일터는 얼마나, 어떻게 달라지고 있을까. 민주노총은 10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Me_too 운동과 함께한 민주노총 1년, 변화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민주노총은 산하 조직 사업장 내 성폭력 문제에 대한 인식과 관행·제도 변화를 조사한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신경아 한국여성학회 회장은 “조사 결과, 미투 운동이 진행되면서 공기업이나 공무원이 종사하는 사업장 조직분위기가 가장 많이 개선됐다”며 “정부가 전폭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 절차가 개선되면서 실제 성폭력 사건에 대한 문제제기가 늘어나는 등 실효성도 강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는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민주노총 산하 노조 간부와 조합원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설문·면접 방식이 사용됐다.

“노조가 나서 ‘성희롱 금지’ 스티커 제작도”

조사 결과 학교·병원·금융기업과 같은 곳에서도 부분적인 변화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아 회장은 “부분적 변화를 겪은 사업장의 특징은 주로 노조가 나서서 성희롱·성폭력 사안에 대응해 왔다는 특징을 지닌다”며 사무금융노조 사업장 사례를 언급했다. 조사에 따르면, 노조는 성희롱 하지 말자는 스티커를 제작해 성희롱을 많이 하는 사람 책상에 스티커를 붙이는 캠페인을 했다. 해당 노조 간부는 면접조사에서 “현장을 방문해 보니 한 사람 책상에 스티커가 10개 붙어 있었다”고 말했다.

긍정적인 변화가 두드러진 사업장이라도 반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여성에 대한 혐오발언이 늘어나는 것이 대표적이다. 신경아 회장은 “성희롱 사건이 발생하고 행위자 징계가 진행될 때 회사 분위기상 공식적으로 저항하지는 못하니 '키보드워리어'가 돼 여성에 대한 혐오를 댓글로 표출하는 남성이 있다”며 “인터넷에서 성차별 문화를 바꿔 나가기 위한 법이나 제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예 변화가 없는 사업장도 있었다. 신경아 회장은 “건설회사와 금속산업 사업장(자동차), 식품회사 중 P제과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다”며 “세 사업장의 공통점은 여성은 낮은 직급에서 저임금으로 일하고 남성은 관리직에서 일하며 높은 임금을 받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해자 처벌·2차 피해 예방 개선 필요”

이날 발제에선 직장내 성폭력 사건 처리와 조직 대응 전반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도 공개됐다. 노조 간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지난 1년간 과거 또는 현재의 성폭력 피해에 대한 고발이나 문제제기가 있었는지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24%(87명)가 있다고 답했다. 민대숙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이사는 “미투의 영향으로 공식적인 문제제기가 늘어났음을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성폭력 피해에 대한 문제제기 뒤 사건 규명이 ‘잘 됐다’고 응답한 비율은 64.2%였다. 하지만 가해자 처벌은 50% 피해자 보호·지원은 46.3%, 2차 피해 예방은 45.8%, 향후 대책 예방은 43.8%만이 ‘잘 됐다’고 응답했다. 신 회장은 “가해자 처벌이나 2차 피해 예방과 관련해 처리 과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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