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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은 가깝고 은퇴는 멀다

기사승인 2019.04.15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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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명호 변호사(법률사무소 함께)

   
▲ 손명호 변호사(법률사무소 함께)

아버지는 40년 경력의 건설노동자다. 올해 61세를 넘기신 아버지는 앞으로 딱 3년만 더 일하고 그만두고 싶다고 하셨다. 3년 후에는 고향으로 내려가 작은 집을 짓고 밭을 일구며 살고 싶다 하셨다. 물론 도시 생활을 좋아하시는 어머니와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또 취업난을 겪고 있는 동생 상황으로 볼 때 아버지의 꿈은 쉽게 이루기 어려울 것 같다.

은퇴를 꿈꾸는 아버지와 달리, 정년 이후에도 더 일하고 싶어 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자신과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더 일해야만 하는 노동자들이 많다. 평균여명이 80세가 넘고 실질 은퇴연령이 72세에 이르는 요즘 시대에 만 60세는 은퇴하기에 너무 이른 나이다. 최근 대법원도 이러한 사회변화를 반영해 도시 일용노동자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판단한 1991년 판결을 뒤집고, 28년 만에 육체노동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은 근로능력이 있는 고령자의 일할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 정년을 “만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했다. 또한 정년에 도달한 자가 다시 취업하기를 희망할 경우 사용자는 그 직무수행 능력에 맞는 직종에 “재고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산업현장에서도 경험 많고 숙련된 정년도래자를 재고용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실제로 여러 회사에서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을 통해 재고용심사를 통과한 정년도래자를 촉탁직 또는 계약직으로 재고용하고 있다.

문제는 회사가 정년도래자 재고용심사 제도를 자의적이고 불투명하게 운영한다는 점이다. 법원은 정년도래자에게도 기간제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갱신기대권 법리가 적용된다고 판시했다. 즉 정년이 도래했더라도 재고용될 수 있다는 취지의 규정이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재고용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다면, 사용자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재고용을 거부하면 부당해고가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부분 회사는 정년도래자를 재고용할지 여부는 사용자의 권한에 속한다는 이유로 나이든 노동자들을 위축시키고 있다.

일례로 원칙적으로 만 65세까지 재고용한다는 취지의 단체협약을 체결했음에도 회사는 노동자가 회사를 상대로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했다는 이유만으로 평가항목 중 비중이 가장 큰 노사화합점수 16점 중 8점을 감점했다. 노동조합 평조합원이 노조활동 일환으로 회사를 상대로 한 집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만으로 대표이사 이미지를 손상시켰다고 15점을 감점하기도 했다.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수백명의 노동자 중 1년에 한두 명도 표창을 못 주는 상황에서 재직 중 표창받은 사실이 없다고 8점 중 0점을 부여했다. 노동자가 사전에 심사기준을 알려 달라고 수차례 요청해도 무시했고 심지어 재고용심사에서 탈락했다는 결과조차 통보하지 않았다. 이쯤 되면 절차상 투명성은 물론 내용상 공정성이나 합리성도 갖추지 못한 그야말로 ‘제 입맛대로 심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

앞서 든 사례는 여러 사건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소송을 제기한 노동자들은 비록 시간은 걸렸으나 전부 승소해서 복직했다. 회사는 수천 만원 이상의 법률비용을 부담했다. 처음부터 투명하고 공정하게 재고용심사 제도를 운영했더라면 들지 않았을 시간과 비용이었다.

우리는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했고, 더 이상 자식들은 부모를 부양할 능력이 없다. 고령인구의 경제활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한편 위생과 영양상태 향상으로 더 이상 만 60세를 근로능력이 없는 노인으로 취급할 수도 없다. 국회는 법정 정년을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인 만 65세 이상으로 맞출 수 있도록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정부도 고령인구에 적합한 일자리 창출에 힘써야 한다. 노동자가 정년 이후에도 더 일해야 하는 만큼 사용자 역시 사회변화에 따라 안정적으로 숙련노동자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서둘러 공정하고 투명한 재고용심사 기준을 마련해 합리적으로 운영해야 할 이유다.

손명호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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