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해 추가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노사 단체는 부대표급 집중 협상이 결렬된 마당에 같은 부대표급으로 구성된 경사노위 운영위원회에서 협상을 재개하는 것에 회의적이다. 한국노총은 탄력적 근로시간제 노사정 합의안 본위원회 의결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ILO 핵심협약 논의를 연장하는 것에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합의 가능성 낮지만, 사안 중요성 감안”

경사노위는 지난 19일 오후 운영위원회를 열어 ILO 핵심협약 비준에 대한 향후 계획을 논의했다.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 논의는 지난 12일 종료됐다. 이번에는 경사노위 운영위 차원에서 대화를 이어 가기로 결정했다. 경사노위와 고용노동부가 추가협상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운영위원 6명 중 3명은 이달 부대표급 집중협상에 참여한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김용근 한국경총 상근부회장·임서정 노동부 차관이다. 집중협상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던 부대표급들이 다시 만나 이견을 좁혀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논의 과정에서 대표급으로 격상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부대표급 중심으로 대화하다가 대표급들이 참가하는 방안도 열어 놓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운영위원들는 구체적인 협상일정과 협상방식을 결정하지 못했다. ILO 100주년 총회가 6월인 점을 감안하면 한 달 정도 시간이 남아 있다.

한 운영위원은 “합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추가협상을 결정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의제별위원회 논의가 끝났다고 해서 마무리하기에는 사안이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한 번 더 논의할 여지는 없는지 함께 고민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 공익위원들은 15일 공익위원안을 제시하면서 추가협상을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노사 단체 모두 공익위원안에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경총 관계자는 "경영계가 요구한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제도 폐지, 파업시 대체근로 허용을 안건에 올리지 않으면 논의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탄력근로제 처리 못하면서
ILO 핵심협약은 억지합의 종용“


경사노위는 운영위에서 논의한 뒤 그 결과를 본위원회에 보고할 계획이다. 그런데 지난 2월 노사정이 도출한 탄력적 근로시간제 합의안 처리 방향이 변수다. 19일 운영위에서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합의안을 본위원회 안건에 상정할지 여부를 놓고 위원 간 논란이 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사노위는 탄력근로제 합의안을 본위원회 안건에 상정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탄력근로제 합의안을 다루게 되면 계층별 노동자 대표 3인이 불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노총은 본위원회에서 의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본위원회에서 의결하지 않으면 국회에서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근기법 개정안이 경사노위 합의안보다 개악될 경우 사회적 대화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한국노총은 정부에 불편한 심기를 내보이고 있다. 어렵사리 합의한 탄력근로제는 경사노위 본위원회와 국회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데다 ILO 핵심협약과 관련해 정부가 선 비준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22일 오전 상임집행위원회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한다. 경사노위 운영과 관련해 강경한 입장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노사정이 합의한 것은 의결하지 않고, 의제별위원회에서 논의가 종료된 ILO 핵심협약은 합의를 종용하고 있다”며 “이렇게 나오면 사회적 대화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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