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기사보기 다음 기사보기 2024-03-19 쑥쑥 바로가기 복사하기 본문 글씨 줄이기 본문 글씨 키우기 스크롤 이동 상태바 포토뉴스 쑥쑥 기자명 정기훈 입력 2019.04.22 08:00 댓글 0 다른 공유 찾기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페이스북(으)로 기사보내기 트위터(으)로 기사보내기 카카오스토리(으)로 기사보내기 URL복사(으)로 기사보내기 닫기 ▲ 정기훈 기자봄꽃 떨어진 자리에 새잎이 돋는다. 쑥쑥 자란다. 다 말라 죽은 듯 갈색빛 황량한 풀섶에도 가만 보니 초록 새싹이 쑥쑥 오른다. 늙어 허리 굽은 할매가 쑥을 뜯는다. 봄볕 아린 날이니 모자가 깊었다. 때때로 바람 차 소매가 길었다. 할매는 오래도록 봄이면 쑥을 뜯었다. 쑥국을 끓이고 쑥떡을 빚어 어린 자식 밥상을 차렸다. 쑥쑥 자라 이제는 엄마 따라 늙은 자식 밥상에 오늘 쑥국이 올랐으니 그제야 봄이다. 언젠가 봄날 텔레비전 앞에서 섧게 울었던 아빠는 다섯 살 딸아이를 목말 태워 꽃길을 걸었다. 노란색 바람개비가 걸음 따라, 바람 타고 돌았다. 돌고 돌아 새봄, 한데 모인 사람들 눈시울이 저마다 붉었다. 여전한 숙제를 읊었고, 기억하기를 다짐했다. 언젠가 아이처럼 울던 엄마는 이제 꾹꾹 눌러 몸으로만 울었다. 볕이 온 자리에 공평해 모든 산 것들이 쑥쑥 자라나니 봄이다. 참담한 죽음을 떠올리고서야 봄이다. 정기훈 photo@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 공유 이메일 기사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닫기 기사 댓글 0 댓글 접기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댓글 내용입력 비회원 로그인 이름 비밀번호 댓글 내용입력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회원 로그인 비회원 글쓰기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로그인 옵션 창닫기
▲ 정기훈 기자봄꽃 떨어진 자리에 새잎이 돋는다. 쑥쑥 자란다. 다 말라 죽은 듯 갈색빛 황량한 풀섶에도 가만 보니 초록 새싹이 쑥쑥 오른다. 늙어 허리 굽은 할매가 쑥을 뜯는다. 봄볕 아린 날이니 모자가 깊었다. 때때로 바람 차 소매가 길었다. 할매는 오래도록 봄이면 쑥을 뜯었다. 쑥국을 끓이고 쑥떡을 빚어 어린 자식 밥상을 차렸다. 쑥쑥 자라 이제는 엄마 따라 늙은 자식 밥상에 오늘 쑥국이 올랐으니 그제야 봄이다. 언젠가 봄날 텔레비전 앞에서 섧게 울었던 아빠는 다섯 살 딸아이를 목말 태워 꽃길을 걸었다. 노란색 바람개비가 걸음 따라, 바람 타고 돌았다. 돌고 돌아 새봄, 한데 모인 사람들 눈시울이 저마다 붉었다. 여전한 숙제를 읊었고, 기억하기를 다짐했다. 언젠가 아이처럼 울던 엄마는 이제 꾹꾹 눌러 몸으로만 울었다. 볕이 온 자리에 공평해 모든 산 것들이 쑥쑥 자라나니 봄이다. 참담한 죽음을 떠올리고서야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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