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과 반올림, 고 김용균 대책위, 노동건강연대 등 노동ㆍ시민ㆍ사회단체 회원들이 22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입법예고가 위험의 외주화 금지 약속 파기라며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고용노동부가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런데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 하청노동자 고 김용균씨가 담당했던 업무는 도급제한 대상에서 빠져 "김용균 빠진 김용균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노동계는 "원청 책임 범위가 여전히 협소하고 사내도급시 승인을 받도록 한 도급승인 업무가 지나치게 한정돼 있어 죽음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법으로 보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줄이고 줄인' 원청 사용자 책임

지난해 정부가 28년 만에 전면 손질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에 따르면 기존에 노동부 장관 인가를 받으면 도급이 가능했던 도금·수은·납 또는 카드뮴 관련 유해작업은 도급이 원천적으로 금지된다. 또 대통령령으로 안전·보건에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을 정해 도급시에 노동부 장관 승인을 받도록 하는 도급승인제도를 도입했다.

그런데 지난해 말 국회 심의 과정에서 도급승인제도를 명시한 산업안전보건법 59조1항에 "급성 독성·피부 부식성 등이 있는 물질의 취급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작업"이 추가됐다. 도급승인제도가 마치 유해·위험 작업이 아닌 특정 위험물질을 취급하는 업무에만 적용되는 것처럼 변질된 것이다.

노동부는 시행령 입법예고안에서 "농도 1% 이상 황산·불산·질산·염산 취급설비를 개조·분해·해체·철거하는 작업"으로 명시해 도급승인제도 범위를 더욱 협소하게 만들었다. 노동부는 해당 조항으로 1천800개 사업장이 새롭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재해 사망자(2016년 기준) 중 하청노동자 비중이 42.5%나 되는 상황에서 도급승인 대상 작업이 지나치게 협소하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처음으로 등장한 관계수급인 개념도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1월16일부터 시행되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은 63조(도급인의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에 "도급인은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 및 보건 시설의 설치 등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단계 하청도 원청 책임범위에 포함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노동부는 시행령 개정안에 "사무직에 종사하는 근로자만 사용하는 사업을 제외한다"는 문구를 넣었다. 모법의 적용 범위를 하위법령이 제한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만된다.

건설기계 장비 안전조치에 대한 원청의 책임 강화 관련 조항도 실망스럽다. 27개 건설기계 중 타워크레인·건설용 리프트·항타기·항발기 등 4개 건설기계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발생한 굴삭기·트럭류·고소작업대(차)·이동식 크레인·지게차 등 5개 건설기계·장비 사망자는 693명이다. 전체 건설기계·장비 사망자의 64.5%를 차지한다. 사고가 많이 나는 건설기계·장비가 외려 원청 책임강화 대상에서 빠진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 보호대상은 "근로자"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확대됐다. 그러나 특수고용 노동자에게는 여전히 바늘구멍이다. 하위법령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대상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적용 대상인 9개 직종으로 제안된다. 9개 직종은 보험설계사·건설기계 운전사(27종)·학습지교사·골프장 캐디·택배원·퀵서비스기사·대출모집인·신용카드모집인·대리운전기사다.

대표이사에 산재예방 책임 부과 신설했지만
적용 사업장은 기껏해야 2천여곳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은 노동자 안전보건에 영향력을 가지면서도 책임 범위에서 빠졌던 대표이사·가맹본부·발주자에게 산재예방의무를 부과해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노동부는 하위법령에서 대표이사가 회사 차원의 안전·보건경영방침을 포함한 안전·보건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사업장 범위를 좁혀 버렸다. 제조업 등은 상시노동자 500명 이상인 회사(현재 1천169곳)로, 건설업은 시공능력평가액 순위 1천대 회사로 제한했다. 기껏해야 2천여곳 정도다. 사용자 책임 범위를 강화한 개정법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