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이 노조 의견을 받아들여 "지속성장을 위해 필요한 투자를 해 나갈 것"이라며 향후 고액 중간배당이 없을 것이라 예고했다. 점포를 추가로 폐쇄하려던 계획도 중단한 것으로 파악된다.

23일 노동계에 따르면 박진회 씨티은행장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CEO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전달했다. 지부는 지난달 27일 서울 다동 씨티은행 본점 로비에서 피켓시위를 시작했다. 같은날 금융감독원은 씨티은행 경영실태를 점검하는 조사에 착수했다.

지부는 회사에 추가 점포폐쇄 계획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씨티은행은 2017년 전체 점포 130여곳 중 90곳을 없앴다. 남아 있는 점포는 40여곳에 불과하다. 올해도 ‘디지털 가속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부는 지난달 중순 회사가 남아 있는 점포 중 7곳을 추가로 폐쇄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했다. 추가 점포폐쇄는 소비자 피해와 직원들의 고용불안을 야기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지부는 특히 고액배당 중단을 요구했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9천341억원을 배당했다. 당기순이익(3천74억원)의 3배(303.9%)가 넘는 배당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중간배당 8천116억원이 문제였다. 지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한 임금·단체협약 보충교섭에서 고액배당 중단과 추가 점포폐쇄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노사는 이달 17일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박진회 은행장은 CEO 메시지에서 "전략적 차원에서 디지털 전략과 상호보완 관계의 경쟁력 있는 영업점 전략을 고민하고 있지만 당장 구체적인 시행계획을 가지고 있진 않다"며 "온·오프라인 서비스가 조화를 이룬 최상의 영업모델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박 은행장은 "지난해 실시한 중간배당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증대했던 자본금이 현시점에서는 과다해 자본 효율화 일환으로 실시한 일회적인 조치"라며 "배당 후에도 당행은 은행권 최고의 자본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지속성장을 위해 필요한 투자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부 관계자는 “은행이 추진 중이던 추가 점포폐쇄 계획이 현시점에서 중단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계획 철회가 아닌 중단이기에 지속적으로 움직임을 감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제가 됐던 중간배당이 일회성 조치였고, 직접투자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고액배당 중단요구가 어느 정도 수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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