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건설노조 조합원이 최근 2년 사이 30% 이상 늘었다. 2016년 3만여명이던 조합원이 지난해 말 4만명으로 증가한 것이다. 최근 증가한 조합원 대부분은 목수·콘크리트타설공·비계공 같은 토목건축 노동자다. 덤프나 타워크레인 같은 건설기계·장비를 운전하고 조종하는 노동자가 주축이던 노조 내부 구성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경기도 안산지역 목수, 이영철(54·사진) 위원장이 올해부터 노조를 이끌게 된 것도 이런 변화의 영향이다. 건설기계분과위원회가 아닌 토목건축분과위원회 출신이 건설노조 위원장이 된 것은 초대 집행부를 구성한 백석근 전 위원장 이후 10년 만이다.

건설노조에 어떤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일까. <매일노동뉴스> 23일 오전 서울 대림동 건설노조 사무실에서 이영철 위원장을 만났다.

토목건축 중앙임단협 이후 비약적 성장
전국 임금체계 통일하니 노조가입 줄 이어


- 최근 2년 새 조합원이 크게 증가했는데 배경이 궁금하다.
"건설기계분과가 노조의 중추적 역할을 했다. 조합원도 가장 많고 투쟁도 주도했다. 그런데 2017년 토목건축분과가 전국단위 중앙교섭을 통해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토목건축분과 위원장을 지냈는데 당시 전국단위 중앙교섭을 하겠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대부분 불가능하다고 했다. 아무도 안 될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 대한전문건설협회 철근·콘크리트공사업협의회라는 사용자단체가 만들어지고 임단협에 서명했다. 2017년 167개 전문건설업체들과 단체협약을 맺었는데 올해는 237개 업체가 교섭에 참여한다."

- 토목건축분과 중앙임단협 이후 건설현장에 어떤 변화가 생겼나.
"전국적으로 형틀목수 기능공 일당이 통일됐다. 전국 어디를 가나 하루 21만원을 받는다. 그전까지는 팀단위로 움직이기 때문에 팀장이 주는 금액이 임금이었다. 팀장이 일당 몇 천원 더 주거나 덜 주면서 조직관리를 하는 식이었다. 지역별 편차도 컸다. 지금도 다른 직종의 경우 지역별 편차가 워낙 커 지역별로 보충교섭을 하고 있다. 목수 기능공 임금부터 전국적으로 통일시켜 단일한 임금체계로 만들었다. 두 번째는 단체협약을 체결한 회사가 개설하는 건설현장에는 조합원을 고용하도록 한 것이다. 불법적인 다단계 고용을 없애고 직접고용하도록 한 것이 큰 변화다. 과거에는 조합원을 고용하라고 싸웠지만 지금은 단협을 맺은 건설업체들은 당연하게 조합원을 고용한다."

- 중앙임단협이 조직확대로 이어진 것인가.
"중앙교섭을 시작하기 전 토목건축분과 조합원은 5천명이었는데 지금은 2만여명까지 늘었다. 2017년과 2018년 중앙교섭을 하면서 소문이 났다. 노동자 권리가 당연스럽게 존중되고 노조라는 보호막이 생기면서 노조 가입이 줄을 이었다. 일당쟁이·특수고용직이 무슨 노조냐고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현장에서부터 노조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올해도 중앙교섭을 위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진행 중이다. 첫 임단협은 전국적인 체계를 세우고 사용자를 특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 앞으로는 내용을 채워 가는 교섭이 될 것이다. 기대해도 좋다."

토목건축분과 차원에서 중앙교섭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2012년 노조 대구경북건설지부 지역공동 임단협이 있다. 이를 시작으로 2013년 광주전남건설지부, 2015년 부산울산경남건설지부 지역임단협으로 확산하면서 2016년 토목건축분과 차원에서 공동임금요구안을 만들고 공동투쟁을 했다.

 

▲ 정기훈 기자

건설산업 무법지대 균열 낸 건설노조
"ILO 핵심협약 비준해 노조할 권리 확산해야"


- 보수언론이나 사용자단체가 건설노조 때리기를 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노조에 끌려가는 건설현장을 정부가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글이 등장하기도 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긴다고 보나.
"건설현장은 무풍지대였다. 아니 무법지대였다. 건설자본이 주도하는 다단계구조 안에서 이익을 취했던 업자들이나 상납구조를 가진 정치인·관료들에 대한 감시나 견제장치가 전혀 없었다. 지금의 노동자 임금수준이나 지대 등을 감안했을 때 분양가가 평당 2천만원을 호가하는 현실이 과연 정상적인가. 엄청난 물량 공급으로 수천억원의 이익을 남기는데도 건설회사가 부실로 문을 닫는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산업구조다. 여기에 노조가 생기면서 균열이 일어났다. 노조설립 이전에 건설노동자들은 무한착취 상태에 놓여 있었다. 자신이 일한 대가인 임금마저 제때 받지 못하는 서글픈 현실에 처해 있었다. 그런데 노조가 등장해 권리를 주장하고 간섭을 하니 건설사들이 못마땅한 것이다. 그동안 용역회사들이 일용직 도급이라는 이유로 건설노동자 임금을 많이 떼먹었다. 노조가 숙련도 차이에 따른 임금체계를 만들었더니 이것을 보고 '노조 갑질'이라고 한다. 착취구조를 없애고 직접고용 질서를 만드는 것을 노조의 횡포라고 한다. 노조가 있는 건설현장에서는 노동기본권을 요구하고 적정한 임금보장과 직접고용 투쟁을 하고 있다. 건설노동자가 전국에 200만명 있다. 노조 조합원은 고작 4% 정도지만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 지난 13일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요구하며 파업을 했다. 건설노동자를 비롯한 특수고용 노동자가 2만명이나 집결한 것을 보고 놀랐다.
"사실 우리도 놀랐다. 노동기본권 보장 요구 하나로 건설기계 노동자 8천명을 비롯한 건설노동자 1만2천명이 깃발을 들고 모였다. 최근에 그렇게 많은 수가 모인 것은 드문 일이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그동안 우리 방식대로 노조활동을 하면서 운송단가도 점진적으로 인상시키고 노동시간도 조금씩 단축했다. 하지만 법·제도적인 제약이 너무나 많다.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임금협약을 맺으면 지금의 법·제도는 담합으로 본다. 노동자가 아닌 사장으로 보기 때문이다. ILO 100주년을 맞은 올해야말로 이런 굴레를 깨야 한다."

청년 건설노동자 매년 두 배 이상 늘어
전략조직단 구성하고 3년간 타설공정 조직화 집중


- '청춘 건설노동자' 사업에 눈길이 간다. 젊은 조합원들이 많이 늘었나.
"2017년 20대 조합원 모임인 청춘버스가 처음 시동을 걸었을 때 100명이 채 안 됐다. 지금은 400명이 넘는다. 매년 갑절씩 20대 조합원이 늘고 있는 셈이다. 노조가 청년일자리 문제해결을 위해 두 팔을 걷고 나서니 정부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건설현장에 젊은 조합원들이 늘어나려면 먼저 노동조건 개선이 첫 번째다. 젊은이들도 버틸 수 없을 정도로 노동강도가 너무 세다. 중앙임단협을 맺고 지난해 처음으로 형틀목수 작업환경측정을 했다. '일반 제조업 노동자의 7~8배 이상을 일한다'며 측정했던 전문가들이 놀라더라. 노동강도를 떨어뜨리고 일할 만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리 목표다."

- 앞으로 임기 동안 이루고 싶은 사업은 무엇인가.
"전략조직화 사업이다. 그동안 지역이나 분과 차원에서 이뤄졌던 조직사업을 중앙에서 관장하는 체계로 바꿨다. 중앙에 전략조직단을 꾸려 위원장이 단장을 맡고 분과위원장이 부단장을 맡았다. 대규모 예산을 편성하고 상근활동가 4명을 배치했다. 모든 조직이 달라붙어서 콘크리트타설공정을 중심으로 3년간 집중적인 조직사업을 펼칠 것이다. 건설노동자를 위한 제도개선 투쟁도 이어 갈 것이다. 2017년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건설근로자법) 개정을 위해 2만명이 모여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이 일로 장옥기 건설연맹 위원장이 옥고를 치르고 22일 출소했다. 지금도 관련 혐의로 1명이 구속돼 있는 상태다. 그래도 우리가 갈 길은 분명하다. 계속 싸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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