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지난해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꽃다운 나이의 청년이 홀로 일하다 목숨을 잃었다. 고 김용균씨 얘기다. 한국서부발전이 운영하는 발전소에서 일했지만 그는 한국발전기술이라는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였다. 피켓을 들고 '정규직 전환 운동'에 동참했던 그의 죽음은 '위험의 외주화' 논란을 불렀고 산업안전보건법을 28년 만에 전부개정하는 발판 역할을 했다.

'산재사망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캠페인단'은 24일 오전 고 김용균씨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한국서부발전을 특별상 대상으로 선정했다. 공동캠페인단은 "공기업으로 모범적인 노동현장을 조성해야 할 서부발전이 위험의 외주화를 적극 밀어붙여 하청노동자에게 고의적인 기업살인 행위를 지속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더 이상의 죽음 막으려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필요"


2014년부터 최근 5년간 한국서부발전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은 7건으로 다른 4개 발전사보다 높았다.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발전 5사의 산재 현황을 살펴보면 중부발전에서는 4명의 산재사망자가 발생했고 남동·남부·동서발전에서는 각각 3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숨졌다.

공동캠페인단은 서부발전이 고 김용균씨 사망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봤다. 1년여 동안 발전소 현장 노동자가 열 번 넘게 컨베이어벨트 설비·발전소 시설개선을 요구했지만 서부발전이 이를 묵살했기 때문이다. 공동 캠페인단은 "서부발전은 5년간 무재해 사업장이라고 자랑하며 22억4천679만원의 산재보험료를 감면받았다"며 "서부발전은 위험의 외주화를 금지하기 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서둘러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원청 책임을 강화시킬 수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한수 건설노조 부위원장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며 "수십개의 하청업체, 수천명의 하청노동자가 뒤섞여 일하는 현장에서 하청업체가 안전을 책임질 수 없다"며 "안전 책임은 원청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업장이나 다중이용시설 등에서 안전관리 및 안전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기업 대표이사·이사 등 경영책임자 처벌 △사고발생 현장에서 인허가·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 처벌 △기업 처벌·제재 등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만성적인 인력 부족이 낳은
직장내 괴롭힘·과로자살"


공동캠페인단은 이날 보건복지부에 특별상을 수여했다. 공동캠페인단은 복지부가 보건인력충원 해법을 제때 내놓지 않아 보건의료인력의 잇따른 죽음을 불렀다고 봤다. 공동캠페인단은 "복지부는 수십년간 간호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적 개입을 하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실패하고 있다"며 특별상 선정 배경을 밝혔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소속 이루리(가명) 간호사는 "업무가 과중한 탓에 온 병동을 '날아다녀도' 정시 출퇴근은 꿈도 꾸지 못한다"며 "하지만 수많은 (병원) 관리자들은 만성적인 인력부족으로 발생한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 박선욱 간호사는 업무 부담과 직장내 괴롭힘이 이어지자 지난해 2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달 고 박선욱 간호사의 자살을 업무 과중으로 발생한 산재로 인정했다.

고 박선욱 간호사 죽음을 계기로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제정안이 5일 통과돼 올해 10월 시행된다. 법 제정에 따라 복지부 장관은 5년마다 보건의료인력 수급 종합계획을 수립·시행한다. 법안에 인력과 관련한 정책을 심의하는 인력정책위원회를 설치할 근거도 마련됐다. 공동캠페인단은 "시행령에 처벌조항이 보완되고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에서 노조 의견이 충실히 반영돼 법안이 실질적인 인력 확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복지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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