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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부당노동행위 피해자] 시립어린이집 교사들에게 쏟아진 "아이들 버리고 노조활동" 비난

기사승인 2019.04.26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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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장 재심청구로 중앙노동위 출석하는데 학부모에게 물타기 공지

   
 

"하루아침에 자기 권리 찾겠다고 아이들 내팽개친 파렴치한 교사가 된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요."

최근 학부모들에게 "무책임한 교사"로 찍혔다는 용인시 기흥구 소재 시립ㅁ어린이집 보육교사 A씨는 25일 답답한 듯 한숨을 쉬었다. 어린이집 온라인 알림장 애플리케이션인 키즈노트에는 교사들을 비난하는 글이 쏟아졌다.

A씨를 비롯한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학부모들의 눈총을 받게 된 건 어린이집 원장 ㅇ씨가 지난 20일 키즈노트에 ‘(4월26일) 1일 대체교사 채용’ 안내문을 공지하면서 채용사유로 “담임교사의 결원(노조활동의 타임오프제 참석)”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용 없이 노조활동 탓이라는 한 줄 설명에 학부모들은 발끈했다. 교사 다섯 명이 있는 어린이집에서 네 명의 교사가 한꺼번에 '노조활동'을 이유로 수업을 하지 않는다고 했으니 학부모들이 납득할 리 만무했다.

"무슨 노조활동을 하기에 2명이나 대체 샘(교사)이 오냐" "노동자 권리를 주장하기 전에 교사로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선생님 보고 다니는 아이들에게 암묵적인 가정보육 강요 같다" "업무 제쳐 두고 노조활동하러 가는 건 심하다"는 비난 댓글이 공지 밑에 줄지어 달렸다.

결원 이유를 묻는 학부모들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원장은 교사들이 타임오프를 쓰고 자리를 비우는 이유를 속시원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원장이 입을 닫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동안 화살은 교사들에게로 향했다.

보육교사 결원사유 설명 못한 이유
'부당노동행위 심판회의 출석'


원장이 침묵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교사들이 타임오프를 쓰고 자리를 비우는 날은 바로 원장 본인이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중앙노동위원회 심문회의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원장은 지난해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한 교사 B씨에게 노조를 탈퇴하라고 종용하고, 학부모운영위원회 위원장에게 B씨가 노조를 탈퇴하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노조활동 지배·개입 혐의로 지난 1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받았다. 원장은 경기지노위 판정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다.

원장은 2017년 2월 용인시와 어린이집 운영 위·수탁계약을 체결했다. 위탁운영자가 바뀌며 고용불안을 느낀 교사들은 같은해 3월 공공운수노조 보육1지부에 가입하고 교섭을 요구했다. 경기지노위 쟁의조정을 거쳐 그해 12월 단체협약을 맺었다. 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 한도는 연간 100시간으로 합의했다. 단협체결 후 교사들이 노조활동을 위해 타임오프를 사용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사달이 난 때는 지난해 여름이었다. 경기지노위 부당노동행위 판정문을 보면 그해 8월 원장은 당시 학부모운영위원장에게 B씨의 노조탈퇴를 권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경기지노위 심판회의 과정에서 원장은 "학부모운영위원장이 어린이집 운영비가 노조 관련해 지출된다는 얘기를 듣고, 위원장 스스로 B씨에게 노조탈퇴 얘기를 한 것"이라며 항변했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원장이 교사와 면담하는 자리에서 "마지막으로 한 번 어머님께서 권해 달라고 했어요. 탈퇴를. 그렇지만 어머님(학부모운영위원장)께서 싫다고 하셔 가지고"라고 말하는 녹취록이 있었기 때문이다.

녹취록에 따르면 원장은 "공공운수노동조합이라는 타이틀 안에 있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거나 "아이들한테 좋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 "보육에 힘을 써야 하는데 자꾸 분산된다" "경기도지사상이나 용인시장상을 받아야 할 순번에 있는 교사가 노조활동 때문에 배제되고, 욕을 먹고 있다"는 취지로 노조를 부정적으로 보는 발언을 했다.

26일 중앙노동위 심문회의를 앞둔 A씨는 "다른 건 괜찮은데 책임감 없는 교사로 비춰지는 게 제일 괴롭다"고 토로했다. 그는 "원장님께서 우리가 타임오프를 쓰는 사유를 학부모님들께 설명해 주길 기다렸는데 안 될 것 같다"며 "학부모님들께 직접 사정을 말씀드리면 이해해 주시지 않겠냐"고 했다. "보육교사의 노조가입이 이렇게 욕을 먹을 일인지 모르겠다"고도 말했다.

원장은 <매일노동뉴스>에 "제보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 주지 않으면 취재에 응할 수 없다"며 답변을 거절했다.

국공립·민간 불문 부당노동행위 '빈번'
'법령 위반시 위탁계약 해지' 조항 있으나 마나


문제는 시립ㅁ어린이집이 특이한 사례가 아니라는 점이다. 업계 종사자들은 국공립·민간어린이집을 막론하고 보육업계에서는 노동법 위반행위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고 증언했다.

한 시립어린이집 교사는 "보통 수당 없는 장시간 노동 때문에 노조에 가입하는데, 어린이집 원장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돌고 있는 블랙리스트 때문에 노조 가입을 하더라도 드러내 놓고 활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귀띔했다. 권남표 공인노무사는 "어린이집에서 임금체불·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는 기본이라고 보면 된다"며 "지자체 조례에는 근로기준법 및 관계법령 위반시 위탁계약을 해지하는 내용이 있지만 시행된 경우가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어린이집에서 부당노동행위가 발생해도 많은 보육교사들은 참고 넘긴다. 국공립 어린이집에서조차 부당노동행위가 발생한다는 것은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뜻"이라며 "국공립 어린이집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지자체들이 지도·점검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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