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출근길 지옥철 국회선, 꽉꽉 들어찬 복도에서 꽥꽥 고성이 오갔다. 출입문이 끝내 열리지 않아 사람들은 출근하지 못했다. 살아는 있되 꼼짝을 못해 식물국회라고, 몸싸움만 끝없어 동물국회라고도 불렸다. 종종 난장판, 개판이라고도 했다. 학생들은 견학을 왔다. 로텐더홀에서 국회 역사에 대해 들었고, 기념촬영을 했다. 국회의원님 안녕하세요, 개중에 넉살 좋은 학생이 그 앞을 지나던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을 불러 세워 꾸벅 인사했다. 정치인은 으레 손 내밀고 몸 낮춰 악수했다. 배운 대로 학생은 한 손으로 다른 손을 받치고 예를 표했다. 웃음 지어 자신의 작은 성취를 자축했다.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했던 같은 당 오신환 의원이 스마트폰 들고 그 앞을 지났다. 그 앞 회의장을 가로막고 농성 중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찾아가 응원의 인사를 건넸다.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우르르 기자들이 따라붙었다. 국회 선진화법을 거슬러 온몸 던져 입법을 막다가 그 바닥에 몸져누운 사람들이 독재 타도 구호를 외쳤다. 탄압받는 자들의 비장한 얼굴을 한 채 몸싸움하느라 땀 흘렸다. 땀 흘려 비로소 그들의 일을 했다. 퇴근하지 못한 기자들이 그 틈에서 기록하느라 팔 번쩍 들고 오랫동안 벌을 섰다. 빠루 따위가 등장했고, 사진은 이리저리 흔들렸다. 그 난리통에서 꼬박꼬박 발판 딛고 불쑥불쑥 높이 솟아오르던 야당 지도자의 손짓을 담느라 플래시가 수없이 번쩍거렸다. 늦은 밤이 대낮처럼 밝았다. 아수라장이 늪처럼 깊었다. 봄이라고 학생들은 소풍 가고 견학 간다. 식물원을, 동물원을, 또 국회를 찾아가 보고 놀고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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