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울산본부

현대중공업이 물적분할 임시주주총회를 한 달 앞둔 가운데 울산 동구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5월 한 달간 주주총회 저지 총력투쟁을 선언했다. 지역 시민·사회·정당은 지원사격에 나섰다.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에 따른 지역경제 악화가 현실화하면서 지역사회가 뒤늦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인수기업인데' 느긋했던 울산
'물적분할 심각하네' 대책위 구성


29일 민주노총 울산본부에 따르면 다음달 7일 '울산경제 파탄 난다-현대중공업 법인분할 중단, 사내하청 노동자 임금체불 해결을 위한 울산지역 대책위원회'가 발족한다. 현대중공업지부와 분할저지 투쟁을 함께하고, 사내하청 노동자 임금체불 문제에 적극 대응한다.

올해 1월 말 대우조선해양 인수 소식이 알려졌을 때만 해도 지역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인수기업인데 뭐가 문제냐'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피인수기업인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과 거제지역 시민단체들이 매각반대를 주장하며 들고일어났던 것에 비하면 울산 분위기는 느긋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방법으로 택한 '물적분할' 시나리오가 가시화하면서 울산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대우조선해양이 아니라 현대중공업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국내외 기업결합심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이 기업결합심사 결과와 무관하게 물적분할을 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다음달 31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분할계획서가 승인되면 분할기일은 6월1일이 된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관련 법적 요건을 마무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분할을 먼저 하겠다는 것인데, 설령 인수에 실패해도 분할은 하겠다는 뜻이다.

문제는 물적분할 이후다.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물적분할 후 존속법인(한국조선해양)과 신설법인(현대중공업) 간 자산·부채 불균형으로 인한 현대중공업 재무구조 악화다. 물적분할 후 현대중공업은 한국조선해양의 100% 자회사가 된다. 7조500억원에 달하는 유동·비유동부채는 현대중공업에 넘어가는 반면 한국조선해양에는 유동·비유동부채 1천600억원만 남는다. 또 현대중공업이 갖는 현금·현금성 자산은 7천500억원에 그치는 대신 한국조선해양의 현금·현금성 자산은 8천800억원이나 된다.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 자산·부채 불균형 심각

이날 오후 민주노총 울산본부·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김종훈 민중당 의원 공동주관으로 울산 동구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물적분할시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에 자산과 부채를 균형 있게 분할해야 하는데 현금은 한국조선해양쪽으로, 금융부채는 현대중공업에 넘겨 버리는 구조"라며 "재무상태가 개선된 존속법인 한국조선해양은 향후 고배당 정책을 통해 현대중공업지주의 최대주주인 총수 일가의 상속자금 마련에 도움을 줄 테지만, 신설법인인 현대중공업은 재무상태 악화로 임금인상 등 여력이 줄어들게 된다"고 내다봤다.

송덕용 회계사(회계법인 공감)는 "물적분할 후 한국조선해양이 4개 자회사(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대우조선해양)에서 브랜드나 연구 결과 판매, 광고 관련 중간수수료 등 다양한 형태의 수익을 챙길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이 같은 수수료는 매출 대비 5%까지 될 수 있고, 이는 한국조선해양 자회사들의 영업이익이 그만큼 줄어드는 결과로 귀결된다"고 전망했다.

울산 동구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물적분할이 되면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사옥이 있는 서울 계동으로 이전한다. 사실상 본사의 서울 이전이 되기 때문에 울산 동구에 내는 법인세 지방세분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2017년 현대중공업 1차 분할 당시 현대글로벌서비스·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현대건설기계·현대중공업지주가 본사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동구 세수 감소로 이어졌다. 송 회계사는 "1차 분할 후 법인세에 따른 지방세가 2017년 40억원, 지난해 36억원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재벌만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에 대해 지역사회에서도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최대한 많은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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