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400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했지만 작가에게 돌아온 몫은 1천850만원에 불과했다. 동화 <구름빵> 작가 백희나씨 이야기다. <구름빵>은 8개국에 수출됐고 TV만화·뮤지컬로도 만들어졌다. 그런데 작가는 출판사와 '매절계약'을 맺은 탓에 2차 저작물로 발생한 추가 수익을 받지 못했다. 출판사가 작가에게 저작권을 모두 양도받았다는 이유다.

백씨 상황이 알려진 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4년 8월 매절계약 같은 출판계 불공정 약관을 시정하도록 지시했다. 출판계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지난달 30일 오후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가 서울 마포구에서 연 '저작권 보호를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창작 노동자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들은 "저작권 계약을 자유시장의 원리에만 맡겨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1998년 등단한 동화작가 유영소씨는 "동화 전집의 경우 인세가 아닌 원고료를 일시에 지급받는다"며 "전집 계약은 매절계약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유씨는 "내 동화가 연극화된 사실을 '연극 잘 봤다'는 지인의 말로 알게 됐다"며 "매절계약을 하지 않았는데도 출판사가 국외 번역 출간이나 연극 제작에 작품이 2차 저작물로 이용된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전자책시장 상황은 더 심하다. 웹소설 작가 A씨는 "종이책시장에서는 출판사에서 소정의 계약금이나 원고료를 받지만 전자책시장은 99%가 고료나 계약금 없이 계약한다"며 "웹소설을 원작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는 권리를 양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A씨는 "소설을 연재할 때 '일정 금액 이상 수익을 내지 못할 경우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독소조항이 포함된 계약서에 울며 겨자 먹기로 사인을 한 적도 있다"고 했다.

불공정한 줄 뻔히 알면서도 작가가 계약서에 서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로 출판사 혹은 플랫폼사가 연재·출판을 결정하는 권한을 가진다는 점과 출고·출간되기 전까지 창작물의 가치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 꼽힌다. 저작권 계약을 자유시장 원리에만 맡겨선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남희섭 커먼즈재단 이사는 "저작권 양도와 이용 허락을 계약자유의 원칙에 일임한 저작권 제도가 노동소외와 착취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 이사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 통과를 요구했다. 해당 개정안은 불공정 저작권 계약을 규제하는 내용이다. 장래 창작물의 저작재산권 포괄 양도나 이용허락 계약을 무효로 하고, 수익에 비해 창작자 대가가 공정하지 못할 경우 작가가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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