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의 하위법령을 입법예고했다. 노동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 밑바닥에서 일하며 사망사고를 가장 많이 당하는 건설현장 노동자들도 그렇다. 건설노동자들이 왜 문제를 제기하는지 3회에 걸쳐 이유를 설명한다.<편집자>
 

▲ 김인호 건설노조 부위원장(전기분과위원장)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은 송전-변전-배전의 과정을 거쳐 각 가정과 기업에 전달된다. 송전공사는 발전소와 변전소 사이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송전탑을 세우고 전선을 가설하는 공사다. 배전공사는 변전소에서 가정과 기업으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필요한 전주(전봇대) 설치와 각종 전선 지지물·전선 설치 등 배전설비를 설치·유지·관리·보수하는 공사를 말한다.

우리나라 배전·송전·변전산업은 한국전력이 독점하고 있다. 특히 배전공사의 경우 협력회사 제도를 통해 단가업체(협력회사)를 선정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한전은 배전공사에만 연간 3조4천억원 이상을 발주하는 독점적 발주자 지위를 가지고 있다.

한전은 작업자의 정년 연한 결정부터 숙련인원 확보 계획이나 작업공법 설계·안전조치에 대한 관리와 감시까지 다양한 결정권을 가지고 송·배전 공사 안전조치에 영향을 미친다. 배전현장에서 일하는 전기원 노동자의 경우 2만2천900볼트 전기가 살아 있는 상태에서 작업을 진행(활선작업)하기 때문에 감전사고나 전자파에 노출돼 있다.

배전전기원 노동자 감전사고는 매우 심각하다. 한전이 신공법이라는 미명하에 무분별하게 도입한 직접활선공법으로 인해 2010년부터 2018년까지 19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71명은 화상과 사지절단 같은 중상을 입었다. 감전사고뿐만이 아니다. 전봇대에서 일하는 작업 특성상 추락과 낙하에 의한 산업재해도 수시로 발생한다. 오죽했으면 한전의 일회용 인간들이란 표현이 나왔겠는가.

보건대책 역시 문제다. 전자파 노출로 이미 2명의 전기원 노동자 백혈병이 산재로 승인받았다. 13명의 전기원 노동자는 직업성암이 발병해 집단산재를 신청한 상황이다. 또한 대부분 작업이 옥외작업인 송·배전공사 특성상 미세먼지와 열사병·근골격계 부담작업 등 다양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 문제는 한전이 이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밝히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모르쇠로 일관하며 시간이 지나면 잊힌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전기원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전이 대책을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 한전은 자신들이 직접고용한 노동자가 아니라며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이번에 전부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건설공사 발주자 산재 예방조치가 신설됐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설공사 발주자의 산재예방을 위해 건설공사 계획과 설계·시공 단계에서 각각의 책임을 부여한 것이 핵심 내용이다.

다만 하위법령에서 발주처 책임을 공사금액으로만 결정해 논란이 되고 있다. 연간 3조4천억원이 넘는 배전공사 발주를 독점하는 한전이지만 실제 발주는 건별로 하기 때문에 50억원이 채 안 된다. 공사금액으로만 발주처 책임을 결정하면 전기원 노동자 생명과 건강권은 다시 법 사각지대에 방치될 수밖에 없다.

전기는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 준다.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더 이상 전기산업이 전기원 노동자 희생 속에서 유지돼서는 안 된다. 지금도 전기원 노동자들은 살아 있는 2만2천900볼트 전기 바로 옆에서 목숨을 걸고 작업하고 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안 중 산재예방 책임을 지는 발주처에 한전이 포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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