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우람 기자
핀테크(FinTech) 발달에 금융노동자들이 호응하지 않으면 노동의 주변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금융서비스(Finance)와 디지털 기술(Technology)의 융합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이니 그 안에서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뜻이다. 노동자들의 경영참여가 대안으로 제시됐다. 사무금융노조와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7일 오전 국회도서관 421호실에서 ‘핀테크 산업 확대와 사회적 대응전략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노동중심 신기술 도입, 모범사례 구축하자"

핀테크는 금융과 기술의 합성어다. IT기술과 은행서비스가 접목된 인터넷·모바일뱅킹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핀테크 영역이다. 핀테크 발달은 기존 영업기반을 대체할 새로운 플랫폼 창출을 뜻한다. 은행들이 비대면 거래 활성화를 위해 영업점을 줄이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국회와 정부가 특례법을 만들어 인터넷은행 설립 인가를 내준 것도 핀테크 산업 발달에 따른 조치다. 발제를 맡은 황기돈 나은내일연구원 원장은 핀테크 발달 영향을 “기존 상업은행은 감소하고 특수 신규은행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문제는 일자리다. 금융권 일자리 감소세가 6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2년 일반은행 종사자는 10만3천326명이었다. 지난해 이 숫자는 8만3천639명으로 줄었다. 핀테크 발달이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기대에는 못 미쳤다. 2017년 인터넷은행 종사자는 861명, 지난해엔 950명뿐이었다.

황기돈 원장은 “핀테크가 발달하면 기업 내부의 조직된 노동·서비스보다 내부와 연결된 외부의 재능과 자원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외부 노동력은 프로젝트별로 필요한 인력만 계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핀테크 확산이 페이스북·아마존 같은 거대 IT기업의 금융산업 진출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금융사를 대체할 '빅테크(BigTech)'의 등장이다.

황 원장은 인력의 외주화와 빅테크 등장이 맞물릴 경우 새로운 고용행태인 ‘디지털 특수고용직’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동자들의 경영참여 필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그는 “핀테크 확산을 노동참여적인 방향으로 바꾸지 못한다면 노동은 도구주의 형태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며 “이윤이 아닌 노동중심의 신기술 도입 모범 사례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주장에 공감했다. 장경운 금융감독원 핀테크혁신실장은 “핀테크의 발달이 단순 이윤추구뿐 아니라 전체적인 조직문화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근로자 추천 이사제 도입이나 공동의사결정을 위한 사회적 합의 내지는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회적 개입 없으면 기술발달은 노동자에게 부정적"

토론회에서는 핀테크 확산에 외국 노동계가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도 소개됐다. 정청천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연구원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은 총연맹 차원에서, 독일은 산별노조가 핀테크에 대응하고 있다.

정청천 연구원은 “독일은 오랜 산업별노조 체제에서 사회적 대화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별·기업별 영역으로 세분화된 전략과 실천과제를 제시하고 있다”며 “미국은 총연맹 차원의 4차 산업혁명 대응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단계이며, 일본은 총연맹 주도로 플랫폼 노동 보호에 대한 법·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적절한 사회적 개입이 수반되지 않은 자본 편향적 기술변화는 오히려 노동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기술통제·노동강도 강화·자율성 저하라는 부정적인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송현도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과장은 “핀테크 일자리 관련 교육을 내년 예산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화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은행 점포수 감소와 관련해 "정부가 개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두는 지역 중소 상공인 대출처럼 기계가 대처할 수 없는 은행업무를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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