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규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대상판결 : 서울행정법원 2019. 3. 21. 선고 2017구합74986 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취소

1. 사실관계

우정사업본부 소속 공무원 및 비공무원 근로자들이 대부분 가입해 있던 전국우정노동조합은 조합원 2만명이 넘는 거대 노동조합으로 우정사업본부와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2016년 4월 집배원들을 중심으로 자주적 노동조합을 표방하는 전국집배노동조합이 설립된 이후 우정사업본부는 전임자 신청, 게시판 사용, 사무실 제공, 조합원 징계 등의 사안에서 집배노조를 차별적으로 대우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6년 9월 경인지방우정청 시흥우체국에서 근속기간이 가장 긴 집배노조 조합원이 승급탈락하고 그보다 근속기간이 1년3개월 짧은 우정노조 조합원이 승급하는 이례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같은 시흥우체국에서 집배원으로 근무하던 집배노조 위원장은 당일 저녁 우편물류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당 조합원의 승급탈락 이유를 물었으나 우편물류과장은 알려 주기를 거절했다. 이에 위원장은 시흥우체국 조합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발송해 다음날 아침 초과근무시간 출근등록을 하지 말고 대기할 것을 지시했다. 당시는 추석 특별소통기간으로 시흥우체국 집배원 전원에게 오전 7시부터 오전 9시까지 시간외근무명령이 내려져 있었다.

다음날 아침 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 18명은 오전 6시55분께 출근했으나 출근등록은 하지 않은 채 승급심사위원인 우편물류과장 및 승급심사위원장인 총괄국장과 면담하기 위해 집배실 승강기 앞 빈 공간에 앉아서 대기했고(이하 ‘이 사건 면담대기’) 이에 집배실장이 3회의 해산명령을 했으나 응하지 않았다. 조합원들은 집배실 승강기 가동 시간이 되자 물류실로 이동해 대기하다가 오전 8시20분께 우편물류과장이 지각 출근한 뒤에 그와 면담했고, 위원장과 지부장은 총괄국장과도 면담해 해당 조합원의 승급탈락 이유가 당사자에게 아직 통지되지 않은 감사 결과 때문임을 확인했다. 위원장과 지부장을 제외한 조합원들은 정규근무시간이 시작되기 전에 업무에 복귀했다. 총괄국장은 이 사건을 이유로 징계의결요구를 하지 않았으나, 경인지방우정청장은 3주가 지난 뒤에야 조합원 18명 전원에 대한 대규모 감사를 실시하고, 위원장 외 1명에 대해 직접 징계의결요구를 한 다음 감봉 1월 내지 2월의 징계처분(이하 ‘이 사건 각 징계처분’)을 했다.

이에 위원장 등은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이 사건 각 징계처분이 불이익취급 및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구제신청을 했으나 기각됐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서울행정법원에 중앙노동위의 재심판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2. 관련 징계처분취소 소송의 쟁점 및 판결 요지

한편 집배원은 공무원이므로 위원장 등은 이 사건 각 징계처분 자체에 대해 별도로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를 거쳐 그 취소를 구하는 소송(이하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 각 징계처분의 징계사유는 첫째로 위원장 등이 국가공무원법 66조에서 금지하는 집단행위를 했고, 둘째로 이 사건 면담대기는 쟁의행위인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1조(목적) 및 노조법 시행령 17조(쟁의행위의 신고)를 위반했으며, 셋째로 시간외근무명령 및 해산명령에 응하지 않아 국가공무원법 56조(성실의무)와 57조(복종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1심(수원지법 2017. 11. 21. 선고 2017구합63574 판결) 및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18. 5. 31. 선고 2017누86929 판결)은 ① 국가공무원법 66조1항 단서의 사실상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 66조1항 본문이 적용되지 않아 노동운동이나 그 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할 수 있고, 또한 이 사건 면담대기는 국가공무원법 66조1항 본문이 금지하는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에 해당하지도 않으므로, 국가공무원법 66조 위반을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고 ② 원고들은 노조간부로서 조합원의 승급심사 등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차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총괄국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을 뿐 사용자의 일반적인 인사·경영권 제한 또는 인사변경의 관철을 주장하지 않았고, 시흥우체국·우편물류과장·총괄국장 등의 정상적인 업무나 운영을 저해했다고 볼 수 없고, 총괄국장 등이 원고들과 면담하는 행위가 그 정상적인 업무의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들이 초과근무시간 동안 노무제공을 거부했으나 정규근무 시작 무렵 정상근무에 복귀했는바, 이 사건 면담대기는 쟁의행위가 아니므로 노조법 및 그 시행령 위반을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고 ③ 원고들이 피고의 시간외근무명령과 해산명령에 응하지 않았더라도 이는 모두 원고들의 정당한 조합활동을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와 복종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이 사건 각 징계처분의 징계사유가 전부 부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피고 경기지방우정청장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그 상고를 기각했다(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8두47998 판결).

즉 관련 소송의 판결은 이 사건 각 징계처분의 징계사유가 전부 존재하지 않고, 그 각 징계처분은 ‘정당한 조합활동’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판단함으로써 대상판결의 사실인정 및 법리적 판단에 중요한 준거를 마련해 줬다.

3. 본 사건의 쟁점 및 대상판결의 요지

관련 소송에서 이 사건 각 징계처분이 이미 취소 확정됐는바(본 사건은 관련 사건의 결과를 보기 위해 추정돼 있었음) 본 사건에서는 참가인 대한민국에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존재했는지 여부가 핵심적인 쟁점이 됐다.

이에 대해 대상 판결은 ① 집배원에게는 국가공무원법 66조1항 본문이 적용되지 않고 이 사건 면담대기는 쟁의행위가 아니라 정당한 조합활동이어서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음에도 참가인은 이 사건 각 징계처분에 이르렀고 ② 우정노조의 더 빈번한 집단행위에 대해 징계한 사례가 없고, 우정노조 시흥우체국지부가 동일한 장소에서 더 많은 인원이 참여하는 결의대회를 개최했음에도 징계하지 않았고, 초과근무시간을 준수하지 않은 집배원에 대해서도 징계한 사례가 없으며 ③ 다른 노조와 달리 집배노조에 대해서는 전임자 신청, 게시판 사용, 사무실 제공 등 편의제공을 않고 있고 ④ 위원장이 전보된 구리우체국에는 집배노조 조합원이 전무해 위원장으로서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이 사건 각 징계처분 이후 집배노조 시흥우체국지부 조합원이 35명에서 17명으로 급감한 점 등을 종합하면 참가인의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인정되고 따라서 이 사건 각 징계처분은 불이익취급 및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했다(피고 및 참가인이 항소해 항소심 계속 중임).

4. 의의 및 과제

대상판결은 공무원인 집배원의 노조할 권리를 다시금 확인한 점, 노조위원장 등이 부당노동행위 의심 사안에 관해 사용자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것이 정당한 조합활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점, 그리고 무엇보다 우정사업본부의 소수노조에 대한 계속된 차별과 탄압에 경종을 울린 최초의 판결인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다만 서울행정법원은 위와 같이 판단함에 있어 이 사건 각 징계처분이 이미 취소 확정된 사정을 중요하게 고려한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 대부분의 징계 관련 부당노동행위는 경미하나마 실제로 존재하는 사유를 트집 잡아 행해지는바 (본 사건과 달리) 징계사유가 일부 인정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법원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의사 존부에 관해 적극적으로 심리·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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