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노조 탄압에 반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염호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분회장의 장례에 정보경찰이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경찰 자체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재발방지와 인권증진을 위한 제도개선을 경찰에 권고했다.

진상조사위가 14일 ‘고 염호석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이 삼성 뜻에 따라 고 염호석 분회장 장례를 가족장으로 치르도록 유도하고, 정보경찰은 삼성에 노조 조합원과 유족 동향 등 주요 정보를 수시로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진상조사위는 노사관계 부당개입과 관련해 정보경찰 활동범위가 경찰 직무에 부합하도록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개정해 정보활동 중립성을 지키라고 권고했다. 나아가 염 분회장 모친의 장례주재권 행사와 화장장 진입을 방해한 것에 대해서도 사과하라고 주문했다.

고 염호석 분회장은 2014년 5월17일 “더 이상 조합원들의 힘든 모습을 보지 못하겠기에 절 바칩니다. 저의 시신을 찾게 되면 우리 지회가 승리할 때 안치해 주십시오”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등졌다. 염 분회장 장례는 유족 동의를 구해 노동조합장으로 치르려 했으나 고인의 부친이 “가족장으로 치르겠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경찰은 염 분회장 주검이 안치된 서울의료원 강남분원을 둘러싼 뒤 경력을 동원해 주검을 탈취했고, 이를 막는 과정에서 나두식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 등 3명이 장례방해 혐의로 구속됐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정보경찰은 유족에게 3회에 걸쳐 삼성측의 가족장 종용을 주선하고, 사측이 준비한 합의금 일부를 경찰이 직접 유족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노동계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무소불위 삼성재벌과 뒤틀린 공권력이 공모한 범죄”라며 진상조사위 결과에 유감을 표했다. 금속노조는 “진상조사 결과를 ‘관리·통제되지 못한 일부 정보경찰의 일탈’로 축소하기 위해 애썼다”며 “진상조사에서 드러난 관계자 전원을 수사하고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경찰과 회사는) 장례방해로 형사처벌을 받은 지회 조합원과 열사 염호석의 동료들에게 사과하고 조합원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조사에서 지적된 위법·월권에 대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수사에 돌입하고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자 및 관련자에 대한 제재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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