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건당 1만원 받았던 걸 7천원 받게 되면 어쩌겠어요. 더 많이 뛰어야지. 물건 늦으면 고객한테 욕 먹으니까 곡예운전할 수밖에 없고…. 우리 인간성이 나빠서입니까? 아닙니다. 구조의 문제예요."

김영태 퀵서비스노조 위원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생활물류산업이 정보통신기술 발전에 힘입어 나날이 성장하고 있지만 택배기사·퀵서비스기사·배달대행기사 등 산업 종사자의 노동환경과 처우는 뒷걸음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택배산업 규모는 2008년 2조3천억원에서 2018년 5조7천억원으로 두 배 이상 성장했다. 반면 같은 시기 택배단가는 2천480원에서 2천229원으로 하락했다. 퀵서비스나 배달대행산업 규모도 2008년 5천억원에서 2017년 기준 2조5천억원으로 급성장한 것으로 국토부는 추정했다. 그런데 이륜차를 이용한 배달기사의 열악한 처우와 위험한 노동환경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기업 간 출혈경쟁에 눈물 흘리는 배달기사"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일까. 생활물류산업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이 급증하면서 경쟁은 갈수록 과열됐다. 기업들은 시장점유율을 높이려 출혈경쟁을 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배달노동자 처우 악화로 이어졌다. 국토교통부는 생활물류산업을 택배·늘찬배달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서비스연맹·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주최로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생활물류산업 발전과 종사자 처우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신태중 서울노동권익센터 연구위원은 "택배수요가 급증하면서 택배업체 간 과당경쟁으로 택배운임이 지속적으로 하락했다"며 "택배업체 영업이익률은 1~2%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혁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장은 "택배(운임) 단가인하로 택배기사들은 더 많은 물량을 배송해야 수입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공짜노동인 분류업무까지 하는 택배기사는 하루 12시간에 가까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배달대행기사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배달대행시장에서는 부릉·생각대로·바로고 같은 기업형 배달대행업체가 급성장하고 있는데 이들 기업은 음식점에 더 저렴한 배달단가를 제시함으로써 배달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줄어든 배달 단가를 만회하려 배달대행기사는 목숨을 걸고 도로를 달린다.

"생활물류산업 질적 성장하려면 종사자 처우개선부터"

이날 토론회에서 배달기사들은 생활물류서비스법을 제정해 종사자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지난 3월 업무보고 때 생활물류서비스법 입법계획을 내놓았다. 국토부는 법안 목적을 △택배·늘찬배달(퀵·이륜차)산업 발전 △종사자 및 소비자 보호를 위한 사업자 책임 강화로 내세웠다. 구체적인 법안 내용은 제시하지 않았다.

김성혁 원장은 "현재 건당 수수료를 받는 급여체계로는 배달기사의 장시간 노동과 사고를 막을 수 없다"며 "택배기사가 13시간 장시간 노동을 하지 않아도 최소한의 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법안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태완 택배연대노조 위원장은 "대부분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적용제외 신청으로 산재보험 제도가 유명무실화하고 있다"며 "생활물류서비스법에는 사용자 (산재보험료) 전액부담을 명시해 가입률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태 위원장은 △최저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기준요금 규정 △ 배달서비스 종사자 안전사고 예방 및 서비스 질 개선을 위한 매뉴얼 교육 의무화 등을 제시했다.

이성훈 국토부 물류정책과장은 “생활물류서비스법안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했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라며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제도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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