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전국 버스노동자 동시파업은 일어나지 않았다. 서울을 비롯한 7개 시·도 버스업계 노사는 15일 새벽까지 이어진 마라톤 협상 끝에 임금·단체협상을 타결했다. 하지만 버스노동자 파업의 뇌관인 경기도가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29일까지 협상을 이어 가기로 한 데다, 2차 집단 조정신청 사업장들이 대기 중이어서 당분간 살얼음판을 걸을 것으로 전망된다.

7곳 임단협 마무리, 5곳 노사협상 계속
공무원 보수인상 수준 뛰어넘는 임금인상은 '성과'


15일 자동차노련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대구·광주·전남·경남·서울·부산·울산 등 7개 지자체 버스 노사가 임금·단체협약에 합의했다. 서울지역 버스 노사는 임금을 3.6% 인상하고 2021년까지 정년을 63세(현행 61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인천지역은 인천시와 노조가 올해 임금 8.1%, 2020년 7.7%, 2021년 4.27% 올리는 등 3년에 걸쳐 20% 인상해 서울시 임금수준에 맞추는 내용의 '2019년 노정 임금인상 합의서'를 지난 14일 체결했다. 노조는 조정신청을 취하했다. 그런데 사용자측이 임금인상에 반대해 임단협 서명을 거부하고 있어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큰 폭의 임금인상이 이뤄졌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버스노동자 월평균 노동시간은 223.2시간이다. 우리나라 전 산업 평균(상용직 5인 이상)보다 월 51.8시간을 더 일한다.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에 의존해 노선버스 운행이 이뤄지다 보니 임금구조가 기형적으로 바뀌었다. 버스노동자 임금구조를 보면 기본급이 49%에 불과하다. 연장근로에 따른 초과임금이 32%, 특별급여가 19%를 차지한다. 연맹 관계자는 "저임금·장시간 구조에 놓인 버스노동자들은 임단협을 해도 공무원 보수인상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며 "올해는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임금보전을 내걸고 전국에서 동시에 조정신청을 하면서 협상력을 높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경기도 광역버스, 29일까지 조정 연장
다음달 경기 시내버스 동참, 2차 집단 조정신청 남아


15일 파업을 예고했던 지역 버스노조 중 경기도와 충북(청주), 충남·세종, 강원, 대전 등 5곳은 파업을 유보하고 노사 협상을 계속한다. 눈과 귀는 경기도로 쏠린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4일 시내버스 200원·광역버스 400원 요금인상안을 발표하면서 당장 파업은 피했지만 불씨는 남아 있다. 경기도는 요금인상으로 2천억원의 재원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시행에 따른 신규인력 충원 인건비(연평균 1천945억원)를 충당하는 수준이다. 기존 노동자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임금보전은 역부족인 상황이어서 재협상에 들어가도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쟁의조정을 신청한 15개 광역버스 사업장 외에 다음달 시내버스 사업장들이 대거 조정신청에 나설 예정이어서 갈등이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대책 요금인상, 2~3년 뒤 또다시 파업?

어쨌거나 버스요금 인상과 지자체 재원 투입으로 전국에서 버스가 동시에 멈추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 요금인상이 단기대책에 불과한 만큼 장기적인 제도정비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연맹에 따르면 주 52시간 상한제 시행으로 필요한 인력이 1만5천여명인데, 지난해 7월 이후 노선버스 신규채용은 1천250명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버스차량은 4만5천958대에서 4만5천701대로 258대 줄었다. 버스회사들이 신규인력을 채용하지 않고 운행 차량이나 노선을 줄이는 방식으로 노동시간단축에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년간 정부와 국회가 버스 노동시간단축을 안이하게 대처한 결과다.

노동계는 "요금인상은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지만 장기적인 대책은 아니다"고 지적한다. 물가인상에 따라 2~3년 뒤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버스 재정지원 문제를 지자체에만 맡겨 놓을 게 아니라 교통복지 차원에서 중앙정부가 버스 환승할인요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노동계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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