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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2018년 산재 현황 발표, 어설픈 해명과 아쉬운 개혁의지

기사승인 2019.05.16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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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수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김정수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지난 2일 고용노동부가 2018년 산업재해 발생현황을 발표했다. 해마다 이맘때쯤 전년도 산업재해 발생현황이 발표되는데 올해는 예년보다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2022년까지 자살·교통사고·산업안전 분야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기 위한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야심 찬 프로젝트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2018년 산업재해 발생현황과 이에 대한 노동부 보도자료를 살펴보자.

우선 전체 사망자가 2천142명으로 전년 대비 185명(9.5%) 늘었다. 이 중 사고사망자는 971명으로 전년 대비 7명(0.7%) 증가했다. 질병사망자는 1천171명으로 전년 대비 178명(17.9%) 늘었다. 사고사망자수는 별다른 변화가 없고 질병사망자수는 급증했다. 이런 현상은 사망을 포함한 전체 재해자수에서도 나타난다. 전체 재해자는 10만2천305명으로 전년 대비 1만2천457명(13.9%) 늘었는데, 사고재해자수가 12.6%포인트 증가한 것에 비해 질병재해자수는 24.9%포인트 증가했다.

질병사망자를 포함한 전체 질병재해자가 크게 증가한 것은 추정의 원칙 적용을 강화한 것, 뇌심혈관계질병 만성과로 인정기준을 개선한 것이 주요한 요인으로 판단된다. 업무상질병 인정률은 이미 2017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했고 지난해에도 1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제도개선의 성과로 인정할 만하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8만3천231명에서 8만665명까지 지속적으로 소폭 감소하던 전체 사고재해자수가 2018년 9만832명으로 12.6%포인트나 급증했는데, 이는 사업주 확인제도를 폐지하고 미등록 건설업자 시공공사(2천만원 미만)와 상시근로자 1인 미만 사업장까지 산재보험 적용을 확대한 것 때문이라는 설명도 납득할 만하다. 최근 노동자들의 안전·권리 의식 향상과 현 정부에 대한 기대감 또한 한몫했을 것이다.

사고사망자는 971명으로 전년 대비 7명(0.7%) 늘었고 사망만인율(노동자 1만명당 산재로 인한 사고사망자)은 0.51로 전년 대비 0.01 줄었다. 이 정도면 거의 변화가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2022년까지 산재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을 지나치게 의식한 것일까? 노동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왜 사고사망자수가 줄지 않고 소폭 증가했는지를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다. 산재보험 적용이 확대되는 등의 제도개선으로 산재로 인정되는 사고사망이 증가했고(10명), 사망통계를 발생연도 기준으로 다시 분류해 보면 당해연도에 발생한 사고사망자는 (지난해 대비 8명) 감소했다는 것이다. 통계상 사고사망자수를 한 사람이라도 줄여 보고자 하는 몸부림이 안쓰럽지만 그래 봐야 결국 별 차이가 없다. 아무리 지엄한 대통령의 명령이라지만 당해에 바로 산재사망이 급격히 감소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과연 노동부는 2022년까지 산재사망을 절반으로 줄이라는 대통령의 명령을 수행할 의지가 있는가? 그렇다면 당장 올해는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

노동부가 대책 부분에서 처음 언급한 것은 “원청 및 발주자 책임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2020년 1월부터 시행되므로 올해는 시행령·시행규칙 등 4개 하위법령 및 관련 지침 개정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대책이 아니다. 법 개정에 따라 노동부에서 당연히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 이것이 대책이 되려면 산재사망사고 감소를 위해 하위법령과 관련 지침을 “어떻게” 개정하겠다는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데 이에 대한 언급은 없다.

최근 노동부가 고시한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이 모법의 개정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할 정도로 후퇴한 것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청년 김용균들의 삶과 맞바꾼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의 취지를 하위법령에 어떻게 충실하게 반영할 것인가? 이것이 바로 대책의 핵심이다. 노동부는 이를 완전히 외면했다. 예를 들어 하위법령에서 건설기계 원청 책임강화는 27개 기종 중 4개만 적용되고, 사고가 다발하는 주요 기종들은 빠진 채 발표됐다. 올해 건설업 사망사고 예방에 집중하겠다는 노동부가 진정 건설업 사망을 줄이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하위법령부터 27개 기종 모두에 대해 전면적으로 원청 책임강화를 적용해야 할 것이다.

뒤이어 제시한 대책은 산재사망사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건설업 추락사고 예방을 위해, 집중단속·불시감독·사법조치를 하고 일체형 작업발판 사용 확산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한정된 행정인력을 감안해 ‘건설현장 추락사고 방지’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감독도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과연 이런 조치들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기껏해야 수백만원에 불과한 과태료를 무서워하는 사업주가 있을까? 이런 조치들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수년 전부터 논의가 시작됐으나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같은 획기적이고 강력한 조치들이 동반돼야 한다. 이런 조치가 수반되지 않은 집중전략은 사업주들에게 일기예보 같은 것이 된다. ‘올해는 추락사고만 조심하면 되겠군.’

내년부터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된다고 해도 노동부의 기대대로 사망사고가 저절로 대폭 줄지는 않을 것이다. 이를 강력하게 집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실제로 집행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게 바로 노동부가 해야 할 일이다. 노동부가 자신의 임무를 망각한다면 산재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은 공약(空約)이 될 것이다.

김정수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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