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버스 노사가 극적으로 합의했습니다.” “버스 대란은 막았지만, 막대한 예산투입이 예상됩니다.” 15일로 예정된 파업이 철회됐다. 지역 간 다소 차이는 있지만 버스산업에 예산을 투입하고 파업은 유보하는 합의가 이어지고 있다. 매체에 따라서는 ‘혈세’ ‘시민부담’ 운운하는 쪽도 있다. 사상 초유의 전국단위 버스노동자들이 파업을 예고한 이유가 궁금하다.

잘 알듯이 올해 7월1일부터 버스산업에도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가 시행된다. 노동자 논리는 단순하다. 노동시간이 줄어든 만큼 새로운 인력 충원이, 그리고 임금보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스스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7월부터 단계별로 2021년 7월 50인 이상 사업장까지 주 52시간 상한제가 모두 시행될 경우 인력 1만5천여명 충원과 7천억~8천억원의 추가 재원이 투입돼야 한다.

자동차노련은 지난해 노동시간단축에 관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부터 오늘의 상황을 예견하고 위와 같은 요구를 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중앙정부가 책임져라’며 마지막 기대를 걸었지만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래서 ‘파업’을 선언했다.

파업은 멈췄지만, 이게 끝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안다(알아야 한다). 이번 기회에 노동자와 시민의 이동기본권, 그리고 당사자인 버스운전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고민과 해결이 필요하다. 꼭 갈등이 불거져야만 대책을 내고, 그것도 언발에 오줌누기식 땜질처방을 하는 것은 더 이상 안 된다.

자동차노련에 따르면 5인 이상 사업장 대상으로 볼 때 버스노동자의 월 노동시간은 223시간으로 5인 이상 상용직 사업장의 171.4시간보다 무려 51.8시간이나 많다고 한다. 격일제 기준이라면 근무일에는 무려 18시간 연속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한 번 운행에 3~5시간씩 운전대를 잡는다. 각종 수당이 절반이나 되고 기본급이 50%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구조이기 때문에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임금감소가 뒤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버스노동자들의 어려운 노동조건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중 환승할인 등에 따른 손실보전은 그동안 논의된 경과를 감안할 때 시급히 시행해야 한다. 자동차노련은 “중앙정부가 전국단위 교통정책 계획을 통해 국민이 버스를 편하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환승할인을 확대하고 이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근거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미 밝힌 계획(3차 대중교통 기본계획, 2017-2021)에서 “공공할인 감면, 벽지노선 등 비수익노선 운영, 환승할인과 같은 정책목적 사업 등으로 인한 운영손실보전금은 공공의 필요에 따라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제도로 보전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예산 탓, 혈세 타령 같은 저항이 나온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1조3천950억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과연 많은가? ‘노동자들과 시민들의 이동기본권을 보장을 목적으로 국가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목적과 그 효과를 감안한다면? 댐과 불필요한 도로, 4대강 사업에 쏟아부은 돈에 비한다면 어떤가. 나랏돈은 이런 데 쓰라고 있는 게 아닐까. 시민과 노동자의 이동기본권을 위해. 그렇지는 않겠지만, 반대하는 자들은 버스를 탈 일이 없어 근거 없는 반대만을 공허하게 외치는 것은 아니길.

‘전지적 버스시점.’ 아마도 무슨 소리냐고 묻는 이도 있을 것이다. 자동차노련 홈페이지에서는 버스운전 노동자들의 팍팍한 노동환경을 담은 짧은 영상 몇 개를 올려 두고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꼭 한 번 보시길 권한다. 어려운 글자와 통계가 아닌 버스노동자들의 생생한 모습을 이보다 잘 표현한 영상은 없을 것이라 자신한다. 게다가 가벼운 재미와 절대 얕지 않은 감동까지. 3부자가 함께하는 훈훈한 모습에서, 화장실에 갈 수 없어 겪었던 어려움에서, 그래서 절대 물을 먹지 않은 이유까지. 늘 웃음으로 우리를 맞이하는 조합원들의 진면목의 일부만이라도 이번 기회에 함께하길.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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