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건설사에 종합가설자재를 공급하는 한림기업이 회사 대표의 불법경영을 문제 삼은 직원을 해고해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회사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가 취하한 뒤 해당 직원을 복직시켰다. 하지만 복직한 직원은 "인간 쓰레기" "말종" 같은 막말에 시달려야 했다.

"징계해고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 잃어"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16층 회의실에서 김형태(54·가명)씨를 만났다. 그는 한림기업 대표인 A씨의 비위행위를 폭로한 후 겪은 괴로운 일상을 소상히 털어놓았다. 김씨는 국내 1위 건설회사에서 25년간 일했다. 2017년 7월 한림기업에 경영총괄 전무로 입사했는데, 입사 몇 개월 만에 회사 자금에서 미심쩍은 흐름을 발견했다.

김씨는 “재무관리도 했는데 A대표 딸이 회사에 근무하지 않는데도 2015년 1월부터 급여가 지급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2018년 5월까지 2억원 상당의 임금이 부당하게 지급됐다”고 말했다. A대표가 부인에게 매년 수억원의 연봉을 챙겨 주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A대표에게 문제를 시정할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표에게 맞선 파장은 컸다. 한림기업은 지난해 7월 김씨를 징계해고했다. 그는 같은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회사는 서울지노위에 "김씨가 대표이사 업무지시를 수시로 어기고, 직원들에게 욕설을 하고 부당한 업무지시를 내렸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서울지노위는 "객관적으로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거나 징계사유로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이 사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행한 징계해고는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판정했다. 부당해고를 인정한 것이다.

부당해고 판정 후 성추범으로 몰려, 검찰 "무혐의"

회사는 지난해 10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다. 이틀 뒤 김씨 집에 한림기업 여직원들이 보낸 내용증명이 도착했다. 자신들에게 성희롱을 일삼았다는 내용이었다. 같은해 11월 일부 여직원들이 김씨를 성추행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무혐의 처리됐다.

김씨는 “부당해고 판정이 나오자 회사가 여직원들을 동원해 허위사실을 꾸민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도 인정했듯이 부하 여직원들에게 성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올해 1월 중앙노동위도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다. 한림기업은 2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가 취하했다. 같은달 28일 원직복직을 명령했다.

김씨는 3월5일 해고 이후 첫 출근을 했다. 같은달 28일 회사는 서울사무소에서 일하던 김씨를 본사가 있는 경남 함안으로 발령했다. 이번에는 노골적인 괴롭힘이 이어졌다.

김씨는 "함안 근무가 시작되자 나이 어린 후임자가 대놓고 반말을 하고 '인간 쓰레기' '말종' 같은 욕을 한다"며 "회사가 A대표 역린을 건드렸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5일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A대표는 “김씨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구체적인 입장은 회사 노무담당자를 통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당시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여서 명문대 출신으로 대기업에서 오래 일한 김씨를 고위경영진으로 영입한 것"이라며 "개인기업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불법·부당한 일이 있는데 김씨가 회사 발전보다는 부당한 일만 파헤치려 해서 A대표가 함께 근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김씨의 고발로 딸이 근무하지 않았는데 월급을 줬다는 이유로 회사 대표가 1심 재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며 "복직 이후에도 반성의 기미가 없어 회사 차원에서 대응하는 과정에서 폭언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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