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노사가 합의한 2018년 임금·단체협상 잠정합의안이 노조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돼 갈등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르노삼성자동차노조에 따르면 지난 21일 실시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부결됐다. 투표조합원 2천141명 중 1천109명(51.8%)이 반대했다. 찬성은 1천23명(47.8%)이다. 투표율은 96.5%를 기록했다.

이번 투표는 본조와 영업지부, 금속노조 르노삼성자동차지회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본조 조합원은 52.2%가 찬성했지만 영업지부와 지회 조합원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영업지부와 지회 조합원 찬성률은 각각 34.4%, 8.1%에 그쳤다.

예상한 결과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잠정합의안의 기본급 동결과 노동강도 개선 부분이 조합원 요구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노사가 16일 도출한 잠정합의안은 기본급 동결에 따른 보상금 100만원 지급, 전환배치 프로세스 도입, 직업훈련생 60명 충원, 연내 10억원 설비 투자를 골자로 한다. 정비인력 위주의 영업지부 조합원들은 외주·용역 전환 관련 합의와 기본급 동결에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노조는 외주·용역 전환시 노사 합의를 요구했는데, 합의안에는 "노사 일방 요구시 분기별 1회 정기회의가 개최될 수 있도록 공동 노력한다"로 정리됐다. 정기회의조차 '노력'을 해야 열 수 있다는 뜻으로, 외주·용역화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안을 해소하기에 역부족이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영업 A/S정비소 조합원 기본급이 생산직보다 낮은 만큼 기본급 동결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

기본급 동결에 따른 보상금 100만원은 생산직 조합원들의 기대에도 못 미쳤다. 노조는 교섭 과정에서 최저임금법 위반을 해소하려면 정액 10만원은 올려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회사는 기본급 인상 대신 일시금을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1년 일시금(120만원)에도 못 미치는 데다 짝수달 상여금 인상분까지 반영이 안 된 금액으로 합의되면서 실망하는 조합원들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가 사활을 걸었던 노동강도 개선도 만족스럽지 않아 보인다. 근골격계질환의 주범이었던 시간당 생산대수(UPH) 하향조정이 불발됐기 때문이다.

노조 관계자는 "부결의 원인은 기본급 동결과 노동강도, 외주화 등 누적된 현장 요구가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노조는 27일 부산 강서구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본관 앞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간다. 재교섭과 파업은 상무집행간부 회의와 쟁의대책위원회에서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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