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혜정 기자
민주노총이 23일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국회 비준동의 절차와 입법의 동시추진은 협약 비준에 대한 정부 의지를 의심케 한다"며 "협약을 먼저 비준한 뒤 협약이 발효되기까지 1년 동안 ILO 자문을 받아 국내법을 개정하자"고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22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밝힌 ILO 기본협약 추진방안에 대한 입장을 내놓았다.

이재갑 장관은 한국이 아직 비준하지 않은 ILO 기본협약 중 강제노동 철폐 협약(105호)을 제외하고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87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 협약(98호) △강제노동 협약(29호)에 대해 정기국회를 목표로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비준하지 않으려고 핑곗거리 찾나"

김경자 수석부위원장은 "올해 정기국회 때까지 3~4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에 비준동의안과 법 개정안을 동시에 던지겠다는 것은 사실상 정부가 ILO 협약을 비준하지 않기 위한 또 다른 핑곗거리를 찾겠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정부는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도 즉시 이를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비준 대상 또한 정부가 발표한 3개 협약이 아닌 4개 협약을 모두 조건 없이 비준하라고 촉구했다.

ILO 기본협약을 비준하면 발효까지 1년이 걸린다. 민주노총은 이 기간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비롯한 법·제도를 개선하자는 입장이다. 다만 사용자가 요구하고 있는 부당노동행위 처벌 금지나 파업시 대체근로 허용은 그 자체로 ILO 헌장 19조8항, ILO 87호 협약 8조 위반이라는 점에서 법 개정시 논의대상에 낄 수 없다고 강조했다.

ILO 헌장 19조8항은 "어떠한 경우에도 협약 비준이 노동자에게 유리한 조건을 보장하는 법률이나 관습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87호 협약 8조에도 "국내법은 협약에 규정된 보장사항을 저해하거나 저해할 목적으로 적용돼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협약 비준이 협약 위반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 권한으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라"

정부가 ILO 기본협약 비준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정부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시행령·시행규칙부터 개정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민주노총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직권취소, 교원·공무원·공공부문 해직자 원직복직, 특수고용노조 설립신고서 수리 등 7개를 정부 선결과제로 제시했다.

이주호 정책실장은 "ILO는 노동단체가 아니라 노사정 3자 기구이며, 기본협약 비준은 보편적 노동인권의 문제"라며 "기본협약 비준으로 양극화와 불평등, 격차해소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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