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기승전결 중 ‘기승’은 케이툰에 연재하고 ‘전결’은 다른 플랫폼에 연재하라고 합니다. 그게 말이 되나요? A영화관에서 영화 1시간 분량을 본 뒤 B영화관에서 나머지 1시간을 보라는 말이잖아요.”

KT가 운영하는 웹툰플랫폼 케이툰에 7년가량 웹툰을 연재한 달고나 작가. 그는 올해 1월 콘텐츠유통사(MCP) 투니드로부터 “4월까지만 연재할 수 있다”는 통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전달받았다. 앞서 KT는 투니드에 “고정비를 삭감하겠다”고 알렸다.

일방적인 연재 중단 통보도 납득하기 힘들지만 플랫폼을 다른 곳으로 옮기기도 쉽지 않다. KT가 지금까지 받은 고료를 반환해야만 전송권을 돌려주겠다는 입장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전송권은 저작재산권의 일부로 작품을 온라인에 배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전송권을 반환받지 못하면 다른 플랫폼에서 같은 작품을 이어 갈 수는 있지만 지금까지 연재한 내용을 가져갈 수는 없다.

23일 달고나 작가는 “투니드가 매출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 조회수와 트래픽 양을 요구했는데 거절당했다”며 “대기업인 KT마저 플랫폼을 이런 식으로 운영하면 대한민국 콘텐츠 시장이 병들어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KT가 투니드를 통해 웹툰 연재 중단을 요구한 작가는 달고나 작가만이 아니다. 하이 작가도 올해 1월 연재 중단을 요구받았다. “데뷔작을 케이툰에 연재한 신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하이 작가는 “만화가로 길게 갈 것을 꿈꾸며 내디딘 첫걸음이었는데 지금은 깊은 수령에 빠진 것 같다”며 “대기업이 운영하는 플랫폼이 이런 식이라면 대체 작가는 어디에 작품을 연재해야 하냐”고 호소했다. 그는 “대기업 갑질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이 모든 행위에 대해 억울한 마음보다 업계 선례가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절망이 크다”며 “KT가 갑질을 사과하고 피해 작가들에게 합당한 보상과 함께 전송권을 반환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여성노조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회는 “올해 연재 중단 통보를 받고 전송권 반환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보인 작가가 10여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KT는 지난 20일 “저작재산권 침해 주장에 대응할 책임은 투니드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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