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2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정부가 발표한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이 건설현장 사고를 막기에 부족하다며 법령 개정을 촉구한 뒤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한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개정안에 노동자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보호 대상과 책임 대상 범위가 협소하다는 지적이다. 건설기계·전기원 노동자와 학교비정규 노동자가 23일 오전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시행규칙 입법예고안 폐기를 요구했다.

“25개 기종 건설기계 노동자 죽음에 원청 책임은 없다”

건설노조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이 개정돼도 덤프·레미콘·굴삭기 등 25개 기종 건설기계 노동자들 죽음에 원청 건설사들 책임은 없다”고 지적했다.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원청-하청-(임대)-건설기계’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 놓여 있다. 이 때문에 안전사고 예방관리 책임·처벌 대상이 불분명한 상태였지만 지난해 말 태안 화력발전소 김용균씨 죽음 뒤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듯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건설공사 도급인(원청)에게 건설기계 안전조치와 보건조치 의무를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67조에 건설기계 27개 기종 중 타워크레인과 항타·항발기만 원청책임을 지울 수 있다고 명시되면서 다시 논란이 일었다. 건설노조는 “시행령 입법예고안은 설치·해체가 필요한 기계·기구에만 원청 책임을 부여했는데, 사고는 덤프·굴착기·크레인·지게차 등 나머지 기종의 건설기계에서도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기원 노동자들도 시행령 내용을 비판했다. 전기원 노동자는 고압전류가 흐르는 전선을 만지면서 일하기 때문에 감전사고나 전자파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지난해 말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설공사 발주자의 산재예방을 위해 건설공사 계획과 설계·시공 단계에서 각각의 책임을 부여하는 내용이 담겼다.

문제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이 공사금액 50억원이 넘는 공사에 한해 발주처로서의 공사 개입과 감독을 하도록 규율했다는 점이다. 건설노조는 “한전은 연간 3조4천억원에 달하는 배전공사를 발주하지만, 각 사업소·현장 단위로 공사금액이 쪼개지면서 발주처 산재 책임을 면하게 된다”며 “전기원 노동자들은 다시 안전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고 우려했다.

정의당 노동이당당한나라본부는 “산재 사망이 다수 일어나는 건설기계에 대한 원청 책임을 제외한 황당한 시행령 개정안”이라고 비판했다.

“교원·행정사무 종사자는 안전 사각지대”

학교비정규 노동자들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행령으로 법 적용 대상이 확대됐지만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일부 직종을 제외한 대부분 학교비정규 노동자는 산업안전보건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법 적용 제외 사업·사업장에 교육서비스업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특수교육지도사·통학차량지도사·과학실무사·시설관리 노동자 등이 산재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높았다.

노동부가 지난달 입법예고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교육서비스업 적용 제외 규정에 ‘교원 및 행정사무 종사자에 한함’이라는 문구가 삽입됐다.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는 “시행령 개정안으로 법 적용 제외 직종으로 분류되던 교육서비스업 종사자 중 많은 노동자들이 실제 업무에 따라 법 적용을 받게 됐지만, 여전히 교원과 행정사무 종사자에게는 법 주요 조항들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법 적용 제외 직종에서 교육서비스업 자체를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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