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위험을 보는 것이 안전의 시작이라고 오래전 어느 건설 현장 외벽에서 읽었다. 또 누가 집 짓다 떨어져 죽었다지. 높은 곳을 살핀다. 푸르던 하늘이 도심 빌딩 창에 맺혀 짙었다. 저기 높은 곳 줄에 매달린 사람을 본다. 낮은 곳에서 나는 비로소 안전함을 느낀다. 사람들은 대개 더 높은 곳으로 오르려 하지만 그곳이 외벽이길 바라지는 않는다. 위험은 수당으로 계산됐지만, 매번 그런 것은 아니었다. 63빌딩 외벽청소가 수입이 짭짤하단 얘길 들은 한 청년이 포털사이트에 일자리를 물었다. 알바업체 담당자가 안내한다. 일급 10만원 이상, 초보자 가능하다는 로프공 모집 글이 주르륵 나왔다.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댓글로 말리던 어떤 이는 집에서 편안하게 부업 하면서 월 200만원을 보장한다고 소개했다. 직접 고용하면 빌딩 외벽청소 더 안전해지냐고 경제신문이 따져 묻는다.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일하던 사람이 오늘 또 높은 데서 떨어져 죽는다. 건설 현장이었고 배전공사 현장이었다. 카메라 앞에 선 유가족 눈이 부었다. 곧 붉었고, 눈물 떨어졌다. 조끼 입은 사람들이 무명의 영정을 들고 청와대로 행진한다.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여전히 문제라고 외친다. 약속이 퇴색했다고 따져 묻는다. 낙수효과 그 오랜 신화가 여전한데 밥벌이 나선 사람만 자꾸 높은 데서 뚝 떨어진다. 보라, 위험은 저 높은 곳에 있다. 외벽에 있다. 바깥에 있다. 온 데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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