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우람 기자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인 소득주도 성장을 이루기 위해 재벌중심 경제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저임금 인상 같은 단기 처방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대기업에 집중된 산업지원 정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제학)가 29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촛불 혁명 2년, 문재인 정부 2년, 무엇이 달라졌고 우리는 다시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토론회에서 내놓은 의견이다. 토론회는 민주노총이 주최했다. 집권 3년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노동정책을 평가하는 자리였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으로 회귀”

박상인 교수는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을 “안일한 현실인식과 실패의 반복”으로 정의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통해 달성하려던 소득주도 성장은 뒤이은 산입범위 확대와 결정구조 이원화 추진으로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출범 2년차 들어 ‘혁신성장’과 ‘경제활력 제고’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박 교수는 이를 “이명박·박근혜 정권으로의 회귀”로 봤다. 경제구조 개혁이나 사회안전망 구축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이 없어 재벌을 성장동력 중심에 세운 정책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는 “경제구조 개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최저임금 인상 분수효과는 제한적이고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현재 한국에 필요한 것은 포용적 성장과 경제구조의 대전환”이라고 강조했다.

재벌의 과도한 수직계열화와 내부·전속거래가 혁신기업의 시장진입을 막고 경제 블록화를 야기했다는 지적이다. 재벌개혁을 위한 정부 과제로 △징벌 배상제도 도입 △수요독점 규제 △노사 상생모델 제시 △복지체계·사회안전망 구축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대기업에 집중됐던 정부 지원을 부품소재 기업 연구개발로 전환하는 새로운 산업정책이 필요하다”며 “주력산업 사업 재편으로 고용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노사 간 신뢰구축을 위해 노동이사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종보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문재인 정권이 재벌개혁 의제에서 후퇴하고 있다는 의견에 적극 동의한다”며 “정부가 재벌 요구에 부응하는 것은 일자리 늘리기라는 단기 성과를 달성하려는 의도로 추측되는데 민주노총은 ‘어떻게 하면 민간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1년차 노동공약 이행 노력, 2년차 후퇴"

노동정책 평가에서도 비판적인 의견이 많았다. 취임 초 공약 이행을 위해 노력했던 모습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가 변화와 개혁 대신 유지와 관리를 선택했다"며 "노동정책 컨트롤타워 부재와 정무적 관점 미비로 지지층이 이탈했다"고 분석했다.

조돈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1호 업무지시로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했고, 이틀 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하면서 친노동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며 “하지만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정책에서 자회사 방식을 고수함으로써 기대가 실망으로 변했다”고 비판했다.

박준형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실장은 “한국경제의 구조적 위기와 장기침체 속에서 결국 문재인 정권 임기 중에 노동계가 기대했던 개혁은 대부분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가 최소한 노동존중 의지가 남아 있다면 모든 것을 할 수 없더라도 중요한 몇 가지를 실현하겠다는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임금격차 해소와 초기업단위 노사관계 형성, 중소·영세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보장에 집중할 것을 요구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