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18일 태안 화력발전소 비정규 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청와대>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 하위법령 입법예고가 3일 종료된다. 입법예고안은 보호 대상을 후퇴·축소했다는 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 비판을 받고 있다. 산업재해 피해자 유가족들 생각도 다르지 않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 통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태안 화력발전소 비정규 노동자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 반도체 노동자들의 병이 업무와 연관이 있다는 점을 알린 삼성전자 노동자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씨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다.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을 제대로 보완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힘써 달라"는 내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해야"

황상기씨는 지난달 31일 서신에서 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황씨는 "산재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대통령님의 말씀을 믿고 싶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제대로 개정될 수 있도록 힘을 다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미숙씨도 같은달 24일 "지금이라도 하위법령을 제대로 보완해 안전하지 않아 죽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나서서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황씨와 김씨는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 노동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은 지난해 12월 청년노동자 김용균씨 죽음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라는 여론이 비등해지면서 28년 만에 어렵사리 국회 문턱을 넘었다. 애초 전부개정안보다 도급금지 범위가 좁고 사용자 처벌 하한규정이 없다는 점이 한계로 남았다. 유가족들은 국회 입법 과정에서 정부가 내놓은 법안이 후퇴했으니 정부가 주도권을 쥔 하위법령은 그 빈틈을 채우리라 기대했다.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에서 홀로 작업하다 목숨을 잃은 구의역 김군이 맡았던 유지·보수업무, 김용균씨가 했던 업무는 도급이 가능하다. 정부가 입법예고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51조는 도급이 금지되는 위험업무를 "중량비율 1% 이상의 황산·불산·질산·염산을 취급하는 설비를 개조·분해·해체·철거하는 작업 또는 해당 설비 내부에서 이뤄지는 작업"으로 한정했다. 이마저도 도급인이 해당 화학물질을 모두 제거한 후 증빙자료를 첨부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신고한 경우는 도급이 가능하다. 황상기씨는 "노동자가 죽어 나가는 위험업무 도급을 금지하기는커녕 도급 승인 대상에도 포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비판의견 얼마나 수렴할까

노동부는 입법예고 기간 동안 수렴된 의견을 얼마나 반영할까. 정병욱 민변 노동위원장은 "시민·사회단체와 여러 노동조합 등에서 의견을 내긴 했지만 노동부가 반영할지는 회의적"이라며 "산업재해가 위험의 외주화라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만큼 시행령에 규정된 도급이 금지된 위험업무 범위를 확대하지 않고서는 위험의 외주화로 발생하는 산업재해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입법예고안은 입법취지를 훼손했다"며 "일방적 하위법령 입법추진을 중단하고 노동안전을 위해 활동하는 노동·시민단체와 취지를 살리는 방안을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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