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이 4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 앞에서 최저임금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지난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계열사에서 받은 연봉은 95억8천300만원. 최저임금 노동자 6천89명의 월급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은 70억3천400만원을 가져갔다. 권 회장은 최저임금 노동자 4천469명의 월급을 연봉으로 챙겼다. 최저임금 인상에 "나라 망한다"고 앓는 소리를 했던 재계의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다.

정부·재계가 내년 최저임금 "동결" 혹은 "속도조절" 발언으로 군불을 지피는 가운데 민주노총이 4일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촉구하면서 재계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 앞에서 '최저임금 투쟁 선포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억제 정책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수백조원의 사내유보금을 쌓아 놓고 수천억원의 주식배당금을 받는 재벌이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비용을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8천530원에 나라 망한다고 앓는 소리를 하더니 30대 재벌 곳간에는 950조원의 사내유보금을 쌓아 놓고 있다"며 "지난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주식배당금은 4천700억원으로 최저임금 노동자 2만5천명분의 임금을 받아 갔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재벌개혁이 이뤄지지 않아 중소기업·소상공인과 저임금 노동자 간 갈등으로 비화했다고 지적했다. 재벌 대기업에 집중된 이익을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흘러가도록 재벌개혁을 하지 못해 을과 을, 을과 병 사이의 갈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민주노총은 "재벌은 중소상공인과 최저임금 노동자를 이간질하고 책임을 떠넘기지 말아야 한다"며 "대기업 원·하청 불공정거래 근절, 유통본부의 대리점 갑질 근절, 가맹점 수수료 인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납품대금 조정제도를 도입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심의기간 동안 최저임금 인상 투쟁과 재벌개혁 투쟁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11일에는 서울광장에서 만민공동회를 열고 저임금 노동자와 소상공인의 상생방안을 모색한다. 19일에는 최저임금 당사자들이 최저임금을 떼인 피해사례를 고발하는 토론회를 연다. 24일부터 닷새간 재벌규탄 순회투쟁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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