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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시청을 중단하며

기사승인 2019.06.10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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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석호 전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

아나운서는 상시·지속업무라 방송사들은 늘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한데 MBC는 2016~2017년 아나운서를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 비정규직으로 채용했다. MBC 경영진이 보기에 노조가 파업하면 아나운서가 선무 역할을 하므로 계약직으로 뽑아서 군기를 잡고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거였다. 시험 내용과 절차는 정규직과 같았다. 경쟁률은 1천700 대 5였다. 면접관은 20년 후 MBC에서 여러분 모습을 이야기해 보라, 장기적으로 MBC에 어떻게 기여하고 싶냐고 물었다. 아나운서국장 등은 너희는 정규직이다, 형식적 계약서에 구애받지 말라 했다. 경영진 의도는 적중했다. 비정규직 아나운서들은 그 뒤 언론노조 MBC본부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정규직 전환이 눈앞에 있는 상황에서 파업에 참가하면 계약이 해지되는 처지였다.

파업이 끝났고 경영진도 바뀌었다. 그런데 새롭다고 하는 경영진은 계약직 아나운서들을 해고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다. 법원은 해고무효확인 소송에 앞서 근로자지위 임시보전 가처분을 인용했다. MBC는 어쩔 수 없이 해고 아나운서들을 출근시키는데, 업무를 전혀 주지 않고 있다. 별도 공간이고 회사 게시판과 이메일 접속도 불가능하다. 유폐한 것이다.

내 페이스북 페이지에 남아 있는 7년 전 글이다. “요즘 MBC노조가 참으로 어렵게 싸우고 있습니다. MBC의 아나운서·PD·기자…. 참 많이 외로울 것 같아요. 우리 이럴 때 한 번만이라도 힘을 모아 보면 어떨까요. 다들 알고 계시죠? ‘쫌, 보자 무한도전X2’ 행사가 진행 중이라는 걸요. 내일(6일, 금) 저녁 7시30분 서울시청 대한문 앞에서 2천48명에 도전합니다. 근데 사실 만만치 않은 숫자인 것 같아요. 내일, 대한문 앞에 모여 무한도전도 응원하고, 쌍용자동차도 응원하는 게 어떨까요?”

박근혜 탄핵 촛불 때 청와대 앞이었다. 나는 세월호 참사 가족들 방송차 위에 있었다. 어느 순간 MBC 카메라 기자가 봉변을 당했다. MBC의 오랜 왜곡보도에 분노한 시민들이 촬영을 막고 MBC는 꺼지라고 외쳤다. 나는 마이크를 잡고 급하게 호소했다. 기자들에게 잘못이 없다고. 경영진 문제라고. MBC노조가 열심히 싸우고 있다고. 소동은 진정됐다.

내가 MBC 파업이 있을 때마다 여의도와 대한문을 가리지 않고 연대했고, 기자들을 보호한 뜻은, 힘없고 나약한 비정규직 청년들을 해고하는 작금의 사태를 보려는 게 아니었다. 부당해고 당사자인 한 청년 아나운서의 글을 소개한다. 그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가져왔다.

“사실 나는 앵커가 되고 싶었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말하는 건 처음이라 부끄럽다) 하지만 MBC에서 TV 앵커는 딱 나흘, 새벽 다섯 시 뉴스 대타가 전부였다. 그만큼 내가 MBC에 있었던 기간이 짧았다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내가 뭐가 돼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어른들 말씀을 듣고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 준비했고, 회계사 시험을 꼬박 3년 공부했다. 그런데 적성에 안 맞는 공부를 하니, 아무리 열심히 해도 헛발질이었다. 2차는 결국 안 되더라. 그런데 어찌저찌 아나운서 시험을 보니까 과정이 너무 즐거웠다. 그냥 나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하면 무조건 결과가 좋았다. 난 좀 토론벽이 있는 편인데, 그걸 업으로 삼을 수 있다니 즐거웠다. 운명 같았다. 아나운서 준비하고 6개월 만인가. 운 좋게 좋은 회사에 취업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 세 명이 올라간 KBS 최종 시험에서 떨어졌다. 취업이 된 회사는 내게 분에 넘치는 회사였다. KBS 시험이 잘 안 됐으니, 더 열심히 다녔어야 했는데 반대로 방송이 더 하고 싶어졌다. 넉넉한 형편도 아닌데 그만둬 버렸다. 그놈의 꿈이 뭔지. 그만큼 이상이 컸다. 그리고 서른이 되던 해. 회사를 그만두고도 1년 반이나 지난 2017년 5월. 기적처럼 MBC에 붙었다. 그리고, 쫓겨났다. (…) 젊은 아나운서들에게 1, 2년 공백이 얼마나 치명적인 줄 알면서도. 실은 우리의 해고 이후부터 바로 어제까지 종종, 지난 5년 동안 부당전보로 피해를 본 선배들 여럿이 비밀스레 연락을 주셨다. 복직을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내가 아직 MBC에 희망을 갖는 이유다. MBC는 특정 임원진 소유가 아니다. 늘 그랬듯,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것이다. 나는 여전히 그 선배들과 함께 언젠가 내가 꿈꾸는 뉴스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그럴 자격이 있다고. 그만큼 열심히 살았다고. 앞으로도 부끄럽지 않게 살 자신이 있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믿어 왔던 것은, 그러니까 어쩌면 지금의 MBC 임원진은 네 자식 내 자식, 네 라인 내 라인 그런 걸 따지기보다, 옳고 그른 걸 생각하는 분들이라고. 어쩌면 지금의 MBC 임원진은 이유 없이 소송을 지연시키는 방법으로 자식뻘 되는 우리를 괴롭히지 않을 거라고. 어쩌면 지금의 MBC 임원진은, 진심으로 과거의 반목을 극복하고 한 발 나아가고 싶을 거라고. 어쩌면 지금의 MBC 임원진은 정말로 약자의 처지에 공감하는 분들일 거라고 믿었던 것은 그저 꿈이었나 보다. 꿈을 꿨다.”

가슴이 미어진다. 김재철~김장겸 사장의 MBC 시청을 중단했던 내가 최승호 사장의 MBC에서도 시청을 중단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럼에도 나는 시청을 중단한다. 한창 꿈을 펼쳐야 할 청년임에도 날개를 결박당한 채 힘겹게 떨면서 파드닥거리는 계약직 아나운서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연대이기 때문이다.

전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 (jshan8964@gmail.com)

한석호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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