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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불거진 통신사 불법파견 논란] SK브로드밴드도 하청노동자 직접 업무지시

기사승인 2019.06.12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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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청 메신저·단체대화방·이메일 활용 지시 내려보내 … 협력업체 사무실·물품도 무상 제공

   
▲ 정기훈 기자

SK브로드밴드가 가입자망을 관리하는 협력업체 노동자에게 메일·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대화방·SK브로드밴드 자체 메신저(BTalk)로 업무를 직접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청은 수시로 협력업체 직원이 포함된 단체대화방에 업무를 내려보냈고 업무 진행현황을 보고받았다. 일부 업무는 원청 승인 없이는 협력업체가 작업을 수행할 수 없었다. 협력업체 직원은 망 이설 등 주요 작업 전 SK브로드밴드 자체 전산망(SWING·스윙)에 작업계획서를 올려야 했는데 실질적 업무 수행은 원청 직원의 승인이 떨어져야 가능했다. 원청은 협력업체에 사무실도 무상 지원했다. SK브로드밴드가 하청업체 노동자를 지휘·감독하는 것은 불법파견에 해당한다.

"원청 승인·지시 기다리는 협력업체 노동자"

11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자료에는 SK브로드밴드가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 하는 업무지시 내용이 빼곡하게 들어 있다. SK브로드밴드는 가입자망 관리를 PIUN(영호남지역)·HRN(중부지역)·DDL넷(수도권북부지역)·ONC(수도권남부지역) 네 개 협력업체에 위탁하고 있다.

▲ 지난해 9월 이전까지 SK브로드밴드는 SK네트웍스 자회사 SK네트웍스서비스(SKNS)에 망 운용업무와 관련한 도급을 줬다. 새희망정보통신노조가 문제를 제기하자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9월 가정용망에 한해 네 개 협력업체와 도급계약을 맺었다

가입자망 운용업무는 통신망 설치가 가능한 지역인지 확인하는 가용업무와 망에서 장애가 발생할 경우 이를 해결하는 업무를 포괄한다.

SK브로드밴드의 하청업체 노동자 지휘·감독은 상시적으로 이뤄졌다. 망 관련 장비 업그레이드나 망 이설작업이 필요할 때 협력업체 노동자는 SK브로드밴드 전산망 '스윙'에 작업계획서를 올렸다. 협력업체 직원 모두가 '스윙' 아이디를 가지고 있고, 관련 업무를 수행할 때마다 원청 승인을 받았다. 작업계획 변경결정권 역시 원청에 있었다.

새희망정보통신노조(위원장 박주홍) 관계자는 "망 회선을 옮기는 이설작업은 잘못될 경우 인근 망이 훼손될 수도 있는 중요한 작업"이라며 "원청이 직접적으로 협력업체 노동자에게 업무지시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원청은 이메일로도 협력업체 직원에게 업무지시를 했다. 메일 수신처는 현장대리인(협력업체 팀장·파트너장) 메일과 협력업체 대표메일이었다. 협력업체 대표메일 계정은 협력업체 직원이 모두 공유하고 있어 직원들은 원청이 내린 지시를 현장대리인 지시를 받지 않고 확인·이행했다. 노조 관계자는 "급한 경우 같은 건물 다른 층에 있는 원청 직원이 협력업체 사무실을 찾아 직접 업무를 지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원청 직원이 협력업체에 업무를 지시하는 네이트온 단체대화방도 있다. 대화 중에는 원청 직원이 "공통예비품 챙겨서 출동해 달라"고 요구하자 협력업체 직원이 "10시10분 현장에 이동했다"고 알리며 진행상황을 보고하는 내용이 있다. 박주홍 위원장은 "현장대리인이 있기는 하지만 원청 업무를 직접 계획하고 실행할 역량이 없다"며 "오더를 받고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원청, 오전회의 주관
협력업체에 사무실 무상제공"


원청의 업무 관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노조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 직원이 매일 협력업체 현장대리인과 직원이 참석하는 오전회의를 주관했다. 회의에서 야간에 통신망 감시업무를 한 협력업체 직원이 근무보고를 하고, 원청 관리자는 ‘잘된 점’ ‘잘못된 점’ ‘개선해야 할 사항’ 으로 나눠 지시했다.

협력업체는 업무용 물품과 사무실을 무상으로 제공받았다. 한 협력회사는 지난해 노사 교섭 뒤 제공하는 노조사무실을 원청 소유 공간에 마련했다. SK브로드밴드는 협력업체에 관제용 PC까지 제공했다. 원청에서 제공한 물품에는 SK브로드밴드 혹은 SK가 작성한 물품관리 고유번호가 적힌 스티커가 붙었다.

한 협력업체 고위관계자는 "사무실을 원청에서 무상으로 지원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불법파견 논란에 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현재 가입자망 운용업무는 위탁계약서를 토대로 위탁사가 주관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적법한 도급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업무협조나 지시사항은 현장대리인을 통해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협력업체는 통신장비가 있는 통신 국사에서 일해야 하기 때문에 위탁계약에 의거해 사무 공간을 제공한 것"이라며 "개인 업무용 PC가 아닌 망 관제용 PC 등 핵심물품에 한해 지원했다"고 해명했다.

정보통신미디어연맹 상임활동가인 김현기 공인노무사는 “협력업체가 SK브로드밴드 업무만 맡아 수행하고 작업도구도 원청에서 상당 부분 지원하고 있다”며 “지난해 직접고용이 이뤄진 LG유플러스 수탁사 사례처럼 불법파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 고용노동부는 LG유플러스 내 망운용 업무를 담당하던 수탁사 불법파견 의혹을 근로감독했고 직접고용을 지시한 바 있다. 당시 노동부는 LG유플러스 수탁사가 원청 소유 기기나 장비를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과 수탁사나 현장대리인을 거치지 않은 채 수탁사 직원에게 직접적으로 작업을 지시·보고한 점 등을 근거로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져 해당 기업 실태조사를 하기 전까지 불법파견 여부를 알 수 없다”며 “진정을 제기하면 노동부는 규정에 따라 조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주홍 위원장은 "가입자망 운용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은 협력업체와 계약을 맺었지만 실제 사용자는 SK브로드밴드"라며 "SK브로드밴드는 협력업체 노동자를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예슬 yeah@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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