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정노조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집배원 과로사 근절과 완전한 주 5일제 쟁취를 위한 파업 계획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던 중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우정노조(위원장 이동호)가 파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장시간 노동과 토요택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동료들의 과로사를 막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노조는 집배원을 2천명 증원하기로 한 지난해 노사합의가 지켜지지 않으면 7월9일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가겠다고 경고했다.

10년간 347명, 올해만 벌써 8명 사망
"다음은 내 차례" 과로사 공포에 떠는 집배원


노조는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노동으로 죽어 가는 집배원을 지키기 위해 우정사업 역사상 처음으로 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 11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을 신청했다. 노사는 올해 4월부터 7차례 교섭을 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동호 위원장은 "요즘 집배원들이 다음은 내 차례라는 두려움 속에서 매일 아침 이륜차에 오른다"며 "집배원들이 죽음의 행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노조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5월까지 10년간 교통사고와 뇌심혈관계질환·자살로 사망한 우정노동자는 347명이나 된다. 올 들어 8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는데 지난달에만 3명이 숨졌다. 특히 지난달 20일 충남 공주에서 서른네 살의 건장한 청년 집배원이 하루 1천200통의 우편물을 나르다 돌연사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집배원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과로사 공포가 우정노동자를 덮친 것이다. 여기에 우정사업본부가 7월1일부터 토요택배를 없애고 완전한 주 5일제를 시행하기로 한 노사합의를 저버리면서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노사는 지난해 연간 2천745시간의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 2020년까지 집배원을 2천명 증원하고 토요일 배달업무를 중단하는 내용의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안에 합의했다. 우정사업본부는 그러나 합의를 파기해 버렸다. 통상우편물 감소로 지난해 적자가 1천억원을 넘어서는 등 우편사업 적자 폭이 커졌다는 이유를 들었다. 우정사업본부 노사협력담당관실 관계자는 "올해 들어 우편물량 감소와 인건비 상승으로 재정상황이 악화돼 당장 인력증원은 어렵다"며 "산업간호사 1명을 지난달 채용했고 의사도 1명 더 채용해 직원들의 안전보건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노조가 요구하는 토요택배 중단·인력증원과 거리가 먼 임시방편을 과로사 대책으로 내놓은 것이다.

한국노총 "요구 외면하면 전면적 대정부 투쟁"

노조는 7월1일부터 전 조합원이 정시에 출퇴근하는 준법투쟁을 시작으로 쟁의행위 수위를 높인다. 7월 첫번째 토요일인 6일 배달을 거부하고 9일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간다.

문제는 필수유지업무협정이다. 현재 집배업무의 74.9%(1만2천132명), 우편물을 분류하는 발착업무의 36.2%(1천699명), 접수업무의 25.4%(860명)가 쟁의행위 기간에도 유지해야 하는 필수유지업무다. 노조는 "필수유지업무 운영수준이 과도하다"며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새로 결정해 달라고 신청한 상태다. 이동호 위원장은 "비록 집배인력의 75%가 필수유지인원이지만 우편물을 분류하는 발착업무의 64%가 파업에 참여하면 소포나 우편물을 제대로 배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한국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획재정부 장관 퇴진'까지 거론하며 정부 대책을 촉구했다. 이성경 사무총장은 "지금 한국노총의 시계는 12시 5분 전"이라며 "정부가 계속해서 우정노조의 정당한 요구를 묵살하고 노사합의를 부정한다면 우정노동자 투쟁이 도화선이 돼 전면적 대정부 투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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