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유엔 사회권 심의 대응 한국NGO모임이 지난달 14일 참여연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가 유엔 사회권위 주요 권고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연윤정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문제 등 노동인권 현안을 시급히 해소하기 위해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을 조속히 비준한 뒤 법 개정을 위한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유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위원회(사회권위원회)에 제출했다.

인권위는 13일 “유엔 사회권위원회 권고에 대한 한국 정부 후속보고서에 관한 인권위 의견서를 지난달 24일 사회권위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사회권위는 2017년 10월 ILO 기본협약인 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와 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 적용에 관한 협약) 비준, 노조할 권리 보장, 해외진출 한국기업 인권침해 규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했다. 그런 다음 18개월 안에 후속조치 정보를 제출하라고 주문했다. 한국 정부는 올해 4월 후속보고서를 제출했다. 인권위는 “사회권위가 한국 정부의 (후속보고서 관련) 이행 상황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도록 의견서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권고 이어 ‘선 비준 후 입법’ 재차 강조

인권위는 한국 정부의 노조할 권리 이행 여부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인권위는 의견서에서 “노동자가 취업상태에 있지 않더라도 초기업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한다”며 “한국 정부는 전교조가 해직자를 포함하고 있다는 이유로 법외노조 통보를 통해 노조 자격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 때 이뤄진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문제는 문재인 정부 2년이 넘도록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전교조는 이달 12일 청와대 앞에서 전국교사결의대회를 열고 '법외노조 통보 직권취소'를 하지 않고 대법원과 국회에 책임을 떠넘기는 정부를 규탄했다.

인권위는 “공무원노조 가입범위 제한과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노조활동 업무방해 혐의 적용을 비롯한 노동인권 현안을 시급히 해소하기 위해 ILO 기본협약 87호와 98호를 비준할 필요가 있다고 지난해 12월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고 상기시켰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고용노동부는 "올해 정기국회에서 비준동의안과 정부입법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마저 강제노동 금지를 담은 105호 협약은 제외해 버렸다.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권고한 대로 ‘선 비준 후 입법’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인권위는 의견서에서 “한국 정부는 노동기본권 행사에서 배제되는 노동자가 없도록 ILO 기본협약 87호와 98호를 조속히 비준하라”며 “그 이후 노동기본권 보장과 노동인권 현안 해소에 관련된 법 개정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노조할 권리 보장 미이행 국제사회 압박 가속화할 듯

인권위는 특히 “한국 정부는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폐해를 방지하고자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도입하고 부당노동행위 집중감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며 “현행법상 교섭대표노조에만 단체교섭 당사자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소수노조 단체교섭권이 여전히 침해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권위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로 인해 소수노조 등의 단체교섭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어 “하청노동자가 노동조건 향상을 위해 노동 3권을 행사하려고 해도 원청 사용자가 이를 이유로 도급계약을 해지해 간접고용 노동자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노조할 권리가 무력화되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앞으로도 사회권위 권고에 대한 한국 정부 이행 상황을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 정부가 ILO 기본협약 비준 등 노조할 권리 보장 권고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 국제사회 압박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 의견서와는 별개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달 24일 사회권위에 “한국 정부의 ILO 기본협약 87호와 98호 비준 노력이 전무한 상황”이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인권위와 시민·사회단체는 올해 7월 한국 정부 보고서 심의를 앞두고 있는 유엔 자유권위원회에도 노조할 권리 등 노동인권 현안에 관해 우려의 목소리가 담긴 ‘보고 전 쟁점목록’ 작성을 위한 의견서를 전달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ILO 기본협약 비준같이 유엔 사회권위와 자유권위에서 중첩되는 이슈에 대해서는 반복해서 문제제기가 있을 것”이라며 “한국 정부 보고서 심사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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