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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의 법 -근로기준법 개정과 노동제

기사승인 2019.06.25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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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지난 주말 민변에서 해마다 발간하는 <노동판례 비평> 원고를 작성했다. 이런 저런 핑계로 두어 시간 책상에 붙어 끄적거렸지만 그 잠깐 동안 실망과 분노, 안타까움과 아쉬움 등이 밀려들었다. 그 무렵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속영장 발부 뉴스를 시청하면서는 그 정도는 아니었다.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이고, 따라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하는가. 바로 이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평석을 쓰고 있었다. 판결 선고 직후에 판결문을 읽은 뒤로는 나는 처음으로 판결의 이유를 꼼꼼히 들여다보며 읽었다. 1주 40시간을 초과해서 하는 휴일근로는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가 아니고, 따라서 휴일근로수당 외에 추가로 연장근로수당 지급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이 내린 결론이었다. 이런 결론을 두고서는 이미 실망했던 터였다. 그러니 나는 새롭게 더 실망할 필요는 없었던 것인데, 그런데도 다시 실망하고 말았다. 1주에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다만 당사자 간 합의로 이를 12시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한 근로기준법에서 ‘1주’를 어떻게 볼 것이냐가 주된 논란의 지점이었다. 일요일 등 주휴일을 포함한 7일로 볼 것이냐, 아니면 휴일을 제외한 6일, 혹은 5일 등으로 볼 것이냐. 이 나라 고용노동부가 1주일은 7일인 것이 아니라 휴일을 제외한 나머지 날인 6일이라며 1주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 나아가 휴일근로는 이와 별개로서 주 5일제 사업장에서는 2일의 휴일에 8시간씩 근로한다면 16시간을 추가로 더해도 이는 연장근로가 아니라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할 필요도 없고 근로기준법 위반도 아니라고 행정해석을 우리 노동현장에서 운영했기에 발생할 수 있었던 논란이었다. 이 세상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오직 대한민국에서만 가능했던 쟁점이었다. 1주일이 7일이 아니라고, 일요일 등 휴일은 제외해야 한다고 해석·집행하는 것은 이 세상에서 대한민국의 노동부만이 할 수 있는 것일 테니 말이다. 그런데 대법관 다수의견으로 대법원은 이러한 노동부 해석이 옳다고 전원합의체 판결의 이유로 구구절절 써 댄 판결 이유를 일일이 옳지 않다고 비평하면서 읽자니 읽는 내가 구질구질해 죽을 지경이었다. 더는 실망은 아니었다. 분노였다. 이 나라의 최고법원으로서 재판관 다수가 1주일이 일요일 등 휴일을 제외한 나머지 6일, 5일이라고 판시하면서 휴일근로가 연장근로가 아니라며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결문에 쓴 것에 대해서 노동제·노동법에 무지한 그들에게 분노하고 말았다.

2. 근로기준법의 근로시간제는 대한민국 노동부가 제멋대로 1주일이 휴일을 뺀 6일, 5일이라고 해석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 이 나라의 특별한 법제가 아니다. 근대 자본주의 이후 공장법 등 초기 노동입법에서 노동자의 노동시간 규제가 있었다. 여성과 아동의 장시간 노동 규제로부터 시작해서 노동자 일반의 노동시간을 규제하는 것으로 노동법의 역사가 전개돼 왔다. 12시간 노동제에서 10시간 노동제로, 나아가 8시간 노동제로 노동제에 관한 법은 노동시간단축으로 발전해 왔다. 19세기 후반 노동운동은 1일 8시간 노동제를 위해 투쟁했다. 1866년에 1차 인터내셔널은 강령에서 8시간 노동제 법제화를 내걸었다. 1886년 5월1일부터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이 중심이 돼 이를 쟁취하기 위해서 총파업을 전개했는데 헤이마켓광장 사건이 발생해서 노동운동 지도자 4명이 사형에 처해졌다. 1889년에 2차 인터내셔널은 창립대회를 갖고 이날을 세계 노동절로 정했고, 세계 여러 나라 노동자들은 해마다 기념해 오고 있다. 1917년 러시아에서 최초로 8시간 노동제가 도입됐다. 그리고 1919년에는 국제노동기구(ILO) 창립총회에서 이를 1호 협약으로 채택했다. 이상과 같은 노동운동·노동제의 역사에서 1일 8시간 노동제는 주휴일이 1일이면 1주 48시간 노동제였다. 이는 식민지 조선에서도 노동운동 등 사회운동의 주요 요구로 내세워 투쟁을 전개했다. 대표적인 국내 사회운동단체였던 신간회는 파업권 등 노동기본권 확립, 최저임금제 실시와 함께 8시간 노동제 실시를 노동자와 관련된 주요 투쟁목표로 정했다. 해방 직전 임시정부는 건국강령에 파업의 자유, 여공의 야간노동 금지 등과 함께 8시간 노동제를 포함하는 등 주요 독립운동 단체의 강령에 포함돼 있었다. 1945년 이후 대한민국 정부수립까지의 해방공간에서 건국준비위원회 등 주요 사회·정치단체의 강령 등에도 포함돼 있었다. 한국전쟁 시기인 1953년 제정한 근로기준법이 근로시간 규제를 도입했던 것은 이 같은 노동제를 위한 역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하고 1일에 8시간, 1주일에 48시간을 기준으로”하되, “당사자의 합의에 의해 1주일에 60시간을 한도로 근로할 수 있”도록 한(42조1항) 제정 근로기준법은 그 뒤 몇 차례 제·개정을 거쳐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50조1항·2항),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이를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53조1항) 현행 근로기준법에 이르고 있다. 제정 근로기준법에서 근로시간 규제는 1일 8시간, 1주 48시간을 기준으로 하되 이에 더해 당사자 합의로 60시간까지 할 수 있도록 해서 1일 8시간을 초과해서 사용자는 1주에 60시간까지 얼마든지 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니 국가의 법으로 노동시간 한도를 규제하고자 하는 노동제의 관점에서 본다면 실질적으론 주 60시간 노동제라고 할 수 있었다. 단지 1일 8시간, 1주 48시간을 기준으로 한다는 조문 규정에서 8시간 노동제의 그림자를 찾을 수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연장근로를 포함해서 1주에 60시간을 한도로 한 근로시간제에 관해 그 1주일에는 일요일 등 주휴일은 제외한 것이라면서 휴일의 근로를 추가로 더 할 수 있다고까지는 해석하지 않았다. 노동시간 규제에 관한 노동제의 역사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1주 48시간·60시간에서 ‘1주’가 휴일까지 포함해서 7일임은 적어도 의문을 가질 수는 없었다. 그런데 이후의 역사는 이 나라에서 노동제를 망각하도록 했다. 독재권력은 자본의 축적을 위해 파쇼적 지배로 노동탄압에 혈안이었다. 경제성장의 기치 아래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위한 노동의 가치는 철저히 짓밟혔다. 노동자를 위한다는 노동법은 사용자를 위해서 노동자의 자유를 억압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삭감하는 것으로 해석·집행됐다. 근로기준법의 근로시간 규제는 노동자의 노동시간 한도를 제한하는 노동제로 해석·집행되지 못했다. 노동부 등 행정부처뿐만 아니라, 법원조차도 그랬다. 제한 없는 장시간 노동이 아무런 규제 없이 행해졌다.

3. 문제는 노동운동이었다. 이 나라에서는 노총 등 노동운동단체조차도 노동제를 망각했다. 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한(50조) 근로기준법이 노동제에 관한 것임을 철저히 망각했다. 당사자 간 합의로 이를 12시간 연장할 수 있도록 한(53조) 근로기준법의 해석을 통해 연장근로제로 더는 근로기준법 50조를 노동제로서 기능할 수 없도록 해 왔던 것을 바로잡기 위한 요구도, 투쟁도 없었다. 고작해야 1주일은 휴일을 포함해서 7일이라며 노동부 행정해석을 개정할 것을 요구하다가 노사정 대표자회의에서 한국노총은 이러한 해석을 전제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를 해 버렸다. 박근혜 정권에서 ‘실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법제도 정비’를 위해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을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2015년 9월15일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이라는 노사정 합의를 했던 것이고, 이는 문재인 정부에서 그대로 노동시간단축을 위한 정책으로서 1주일이 7일이라는 정의규정 등이 포함된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입법됐다. 2018년 2월 말 문재인 정부가 입법을 밀어붙일 당시 민주노총은 특별연장근로 허용 부분을 문제 삼아 반대 투쟁을 했으나 1일 8시간, 1주 40시간인 근로기준법의 노동제를 위해 투쟁하진 않았다. 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이를 위반한 자는 처벌까지 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근대 자본주의 이후 노동자·노동운동이 그토록 쟁취하기 위해 투쟁해 왔던 노동제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비록 당사자 간 합의로 이를 12시간 연장해서 할 수 있다고 규정했어도, 어차피 근대 이후의 이 세상에서 근로자의 근로는 노사의 합의로 하는 것이고, 이러한 합의에서 정한 근로시간을 제한하는 것이 노동제에 관한 입법이었다. 그러니 연장근로를 허용한 53조의 당사자 간 합의는 근로계약·단체협약 체결 당시에는 사전에 정할 수 없는 예외적인 사유 발생으로 인한 것으로 한정해서 해석하는 것이 마땅한 것이고, 이러한 해석을 위해 이 나라 노동운동이 요구하고 투쟁했어야 했다. 그것이 노동제를 위한 세계 노동자의 운동에 함께하는 것이었고, 이 나라 노동운동사가 세계 노동운동사로서 기록될 수 있는 길이었는데, 무지가 망쳐 버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문은 문재인 정부에서 한 근로기준법 개정의 취지에 따라 판결하고 말았다. 1주일이 7일이라고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서 규정한 것이니, 개정 전 근로기준법이 적용돼야 할 사건을 판결해야 했던 대법원은 입법권자인 국회의 개정취지로 볼 때 개정 전의 법은 1주일은 휴일을 제외한 나머지 날인 것이라고, 휴일근로는 법상 연장근로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이런 법 개정이 있기 전까지, 이런 판결이 있기 전까지 나는 노동법학회 토론회에서 논문을 발표하고, 칼럼을 기고해서 근로기준법의 노동제를 살려 보고자 했지만, 다 쓸데없이 됐다. 끝내 이 지경이 돼 버린 이 나라의 노동제 실태가 안타깝고, 내가 제대로 하지 못해서인 양 아쉬움이 남아 있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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