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소속 노조 대표자들이 1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임금교섭 승리와 공정임금제 실현, 교육공무직 법제화를 요구하는 총파업 돌입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과 처우개선 논의를 위한 노정교섭을 제안했다. 대화 자리가 마련되지 않으면 3일부터 사흘간 10만여명이 참여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공동파업에 들어간다.

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직 공동파업위원회와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과 차별 철폐를 위한 노정교섭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파업하는 이유?
"고용불안에다 무기계약직 처우개선 제자리걸음"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고용노동정책의 일환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고 있다. 상시·지속업무의 정규직 전환을 원칙으로 하되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예외를 인정한다. 고용안정·차별개선·일자리 질 개선은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정책 추진 2년이 경과하면서 이 같은 원칙은 곳곳에 구멍이 생겼다.

우선 기간제 교사와 영어회화전문강사 등 상시·지속업무를 하는데도 전환 대상에서 배제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고용안정을 다소 확보한 학교비정규직은 정책 다음 단계인 처우개선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정규직 공무원 임금인상률인 1.8%를 제시하고 있다.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은 "정규직과 같은 비율로 임금인상을 하면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격차는 더 벌어진다"고 반발한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에 따르면 학교비정규직 평균급여는 9급 공무원의 64% 수준에 그친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비정규직들은 각자가 처한 기막힌 상황을 토로했다.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는 이날부터 기존 업무와 상관없는 도로정비·환경관리를 하게 될 처지에 놓였다. 공사는 용역회사 비정규직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다. 자회사 전환에 반대하는 이들은 기간제 비정규직으로 고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성일 민주일반연맹 부위원장은 "요금수납 업무를 하던 노동자들에게 비정규직으로 채용해 줄 테니 풀 뽑기를 하라고 한다"며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으로 노동자가 일터에서 밀려나게 됐다"고 비판했다.

국립국악원 단원은 2년마다 치러지는 오디션 결과에 따라 고용 여부가 결정된다. 이들은 국악원 핵심업무를 하는데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빠졌다. 박치완 공공운수노조 국립국악원분회 운영위원은 "오디션 형태 근무평가는 문화예술 노동자 업무능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 없는데도 취업규칙에 평가를 통해 해고를 할 수 있게 돼 있다"며 "고용불안과 정규직과의 임금차별 개선을 요구하며 문화체육관광부에 1년 넘도록 교섭을 제안했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다"고 말했다.

김명환 "정부 책임자들 비정규직 호소에 답하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한 노정교섭을 정부에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는 사회 불평등 양극화와 비정규직을 해소해야 한다는 호소에 답하라"며 "정부의 책임 있는 각 부처 장관, 책임 있는 지위에 있는 분들이 노동자들을 만나 대화하고 협상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학교비정규직노조·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여성노조 등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3개 노조 대표단은 이날부터 청와대 앞에서 연좌농성에 돌입했다. 2일 저녁까지 자리를 지킨다. 청와대·정부가 성실한 답변을 하지 않으면 3일부터 사흘간 전면파업을 한다. 이들은 이날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파업 직전에 이르렀는데도 정부가 대화로 사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파업으로 우리 요구를 쟁취하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노총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공동파업을 3일부터 5일까지 집중적으로 전개한다. 전체 공공부문 비정규직 조합원 20만명 중 10만5천명이 참여한다. 파업 첫날 광화문광장에서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를 한다. 학교비정규직을 주축으로 6만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4~5일은 전국 지역본부 차원에서 결의대회를 하며 파업을 계속한다. 쟁의권을 확보하지 못한 조합원들은 연차·노조교육·총회 방식으로 동참한다. 정규직 전환·단체교섭 갈등 사업장은 5일 이후에도 단체행동을 이어 간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민주노총과 우정사업본부 노조들에게 파업 자제를 요구했다. 이재갑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주요간부회의에서 "공공부문 파업 예상 노동자 다수가 학교 급식·청소·우편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업무에 종사하고 있어 피해와 부담이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국민불편 등을 감안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노사에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제정남·최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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