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송재우(28)씨는 성균관대에서 서양철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가 낸 한 학기 등록금은 500여만원이다. 석사학위를 받는 데 2년반이 걸렸다. 박사학위를 취득하려면 앞으로 5~6년은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만찮은 돈이 든다는 사실을 알지만 배우고 싶은 열정이 있고, 지금까지 쏟은 시간·비용을 생각하면 공부를 멈추기도 어렵다.

그런데 송씨는 성균관대가 내놓은 비전임교원 공개채용안을 보고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성균관대가 1일 강사·비전임교원 채용공고를 냈는데 시간강사 공개채용 지원자격을 '박사학위 취득 후 3년 이내' '박사학위 미취득자' '누적강의학점 36학점 이내'로 한정했다. 박사학위 취득 후 4년차 이상은 시간강사가 될 수 없고, 초빙교수로 지원해야 한다. 사실상 시간강사 채용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당사자가 아닌 송씨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잘 정착돼야 희망이 보일텐데, 지금 상황을 보면 답답하죠. 박사학위를 취득해도 시간강사로 3년 쓰이고 버려질 수 있으니까요.”

'성균관대학교 강사제도 개선과 대학 공공성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대위는 비정규교수노조·대학원생노조·민교협 3개 단체의 성균관대분회와 인문학협동조합 등 연대단체로 구성됐다. 성균관대 공개채용안에 따르면 대부분 시간강사는 초빙교수로 지원할 수밖에 없다. 시간강사는 8월1일 시행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에 따라 교원지위를 인정받고 방학 중 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지만 초빙교수는 대상이 아니다.

시간강사 채용을 줄이려는 성균관대의 '꼼수'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정부가 내놓은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7조에 따르면 초빙교원은 '특수한 교과목'만 가르칠 수 있다. 그런데 성균관대는 초빙교수와 시간강사가 가르칠 수 있는 과목을 구분하지 않고 공개채용해 초빙교수가 일반교과목을 맡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뒀다.

한보성 인문학협동조합 연구복지위원장은 "일반 교과에 초빙교원 제도를 편법적으로 활용하는 행태를 멈춰 달라"고 촉구했다.

시간강사를 줄이려 꼼수를 쓰는 대학은 성균관대만이 아니다. 숙명여대는 지난달 24일 강사 공개채용 안내글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는데 채용규모는 13명에 불과했다. 지난 5월 2018년 대비 대폭 축소된 규모로 1차 강사·비전임교원을 공개채용한 고려대는 7월 초 2차 공개채용을 앞두고 있는데 시간강사 채용을 늘릴지 미지수다.

강태경 공공운수노조 대학원생노조지부 수석부지부장은 "고려대 강사공대위와 총학생회 등이 학교측과 최근 강사법과 관련해 면담하기로 했지만 학교측이 일방적으로 파투를 냈다"며 "2차 공개채용에서 학교측이 강사법 안착을 위한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듯 강사법을 회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대학에 교육부가 어떤 신호를 보내느냐가 남은 공개채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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